인도, '역사 왜곡' 논란 영화 개봉에 곳곳 투석·방화 시위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역사적 사실과 달리 힌두 왕비와 이슬람 왕의 로맨스 묘사로 논란이 된 영화 '파드마바트'가 25일 개봉하면서 곳곳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인도 NDTV 등에 따르면 인도 수도 뉴델리와 인접한 하리아나주, 우타르프라데시 주와 중부 마디아프라데시 주, 서부 마하라슈트라 주 등에서는 전날 영화 개봉에 반대하는 힌두 우익단체 회원 등이 도로를 막고 차량에 돌을 던지며 불을 지르는 등 격한 시위를 벌였다.
하리아나 주 구르가온(행정명 구루그람)에서는 시위대가 던진 돌에 학생들이 타고 있던 통학버스 유리창이 깨졌고,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서는 고속도로 요금소가 불에 탔다. 마디아프라데시 주 주도 보팔에서도 영화관 근처에 세워둔 승용차가 불에 탔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구르가온과 노이다 등에서는 7개 학교가 25일 휴교를 결정했고, 다른 몇몇 학교들도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하거나 학부모들에게 학생을 등교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통지했다.
복합 영화상영관 단체인 인도 멀티플렉스 협의회는 라자스탄 주 등 시위사태가 이어지는 4개 주에서는 안전 우려를 들어 일단 개봉일에 맞춰 영화 상영을 하지는 않겠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26일 공화국의 날을 맞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이 인도를 방문한 가운데 시위가 격화되자 강력한 대응 방침을 표명했다.
경찰은 이미 마하라슈트라주에서 100여명, 구자라트 주 48명,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10여명의 시위대를 각각 체포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영화가 상영되는 한 쉽게 시위를 중단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긴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인도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와 교민들이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등에 이번 시위 소식을 알리면서 당분간 '파드마바트'가 상영 중인 영화관을 방문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19억 루피(약 320억 원) 예산으로 제작된 '파드마바트'는 14세기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힌두 왕조 라지푸트의 왕비 파드마바티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그는 델리를 중심으로 한 투르크-아프간계 이슬람왕조인 술탄조의 알라우딘 킬리지 왕이 공격해 와 라지푸트 왕국이 패배하자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지푸트 왕가의 후손으로 알려진 라지푸트 카스트와 강경 힌두주의자들은 이 영화에 파드마바티와 킬리지의 로맨스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담겼으며 이는 역사 왜곡이자 왕비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면서 제작단계에서부터 항의 시위를 열었다. 또 출연 여배우와 감독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고 현상금을 걸겠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영화 개봉이 애초 예정보다 2개월 연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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