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6도 혹한에 테니스 배우느라 땀 뻘뻘…'정현 신드롬'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쾌거에 레슨 문의도 쇄도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4강에 진출해 한국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58위·한국체대)이 국민 사이에 테니스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거나 자녀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려는 부모의 문의전화가 쇄도하는 등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아침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떨어진 25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시 연안배수지 테니스장.
입에서 하얀 입김이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올 정도로 추운 겨울 날씨 속에 초등학교 4∼5학년 남학생 6명이 땀을 뻘뻘 흘리며 라켓을 휘둘렀다.
지난해 말 이성현(48) 코치로부터 테니스 레슨을 받기 시작한 이 학생들은 오전 11시 30분까지 2시간 넘게 테니스 삼매경에 빠졌다.
이 코치는 "추운 날에는 나오지 않던 어린 친구들이 어제 정현이 호주오픈 4강전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고 이 추운 날씨에도 테니스를 배우러 나왔다"면서 "정현이 어린 학생들에게 '나도 정현 형처럼 될 수 있다'는 큰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의 삼일공고 테니스 선배라고 밝힌 이 코치는 "선수생활을 시작으로 지금 코치에 이르기까지 38년째 테니스와 함께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정현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테니스 신드롬에 놀라움을 나타냈다.
그는 "오늘 하루에만 초등학생 아이에게 테니스를 배우게 하려는 학부모의 전화를 7통이나 받았다. 이런 일은 생전 처음 겪어본다"면서 "정현을 통해 침체한 한국 테니스에 대한 관심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시테니스협회에도 테니스를 배우려는 시민들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이강훈 협회 전무이사는 "어떻게 알았는지 제 전화번호로 레슨을 받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전화가 4통가량 걸려왔다"면서 "전에 없던 테니스에 대한 관심에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정현의 모교인 수원 삼일공고에서 테니스 코치로 활동하는 이 전무는 "전에는 국가대표나 실업선수가 꿈이었던 어린 테니스 선수들이 정현의 활약을 보면서 더욱 넓은 테니스 세상에 나갈 수 있다는 큰 꿈을 꿀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의왕시체육회 관계자도 "요즘 정현 선수가 활약하면서 테니스 동호회 활동과 가입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테니스 동호회가 좀 더 활성화되길 기대하며 테니스장 등 관련 시설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수원시는 국제경기를 할 수 있는 실내테니스장 건립을 추진중이다.
수원에는 테니스장 42면이 있지만, 모두 실외에 있는데다 국제경기를 할 수 있는 경기장은 한 곳도 없다.
이에 따라 수원시와 수원시테니스협회는 국제규격을 갖춘 테니스장(6면) 건립을 위해 부지를 물색중이다.
정현은 26일 오후 5시 30분 로저 페더러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수원시체육회와 수원시테니스협회는 시체육회 대회의실에서 테니스 관계자 200여명이 함께 모여 응원전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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