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먹이 살해 '비정한 엄마'…범행 숨기려 또래 아기 입양 시도

입력 2018-01-26 07:50
수정 2018-01-26 13:45
젖먹이 살해 '비정한 엄마'…범행 숨기려 또래 아기 입양 시도

경찰 아동학대치사→살인 죄명 변경…사체유기죄도 추가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생후 1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30대 엄마에게 살인죄와 사체유기죄가 적용됐다.

이 여성은 범행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망한 아들 행세를 할 아기를 입양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방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한 A(39·여)씨의 죄명을 살인 및 사체유기로 변경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이달 1일 오전 11시 30분께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생후 8개월 된 아들 B(1)군이 침대에서 떨어진 뒤 울음을 그치지 않자 손으로 수차례 얼굴 등을 때리고 머리를 벽에 강하게 부딪히게 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숨진 아들의 시신을 안방 침대에 이틀간 방치했다가 이불로 감싸 여행용 가방에 담은 뒤 12일간 아파트 베란다에 숨겼다.

추가 조사 결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는 범행 후 평소 집에 드나들던 사회복지사의 눈을 피하려고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기를 입양하려 했던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아들이 숨지자 스마트폰으로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개인 입양'이라는 단어로 게시물을 검색한 뒤 '입양을 원한다'는 글을 해당 사이트에 올렸다. 이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이와 연락도 주고받았지만 실제로 아기를 입양하지는 않았다.

경찰은 애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를 구속했으나 추가 조사 후 법률 검토 끝에 죄명을 살인죄로 바꾸고 사체유기죄를 추가했다.

경찰은 A씨가 자신에게 폭행을 당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였던 아들을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방치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사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도 있었던 경우 해당한다.

A씨는 경찰에서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낳은) 아들한테는 특별한 애정이 없었다"며 "폭행을 당한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또 두개골의 골격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B군이 엄마에게 맞은 부위가 아동에게는 치명적인 머리와 얼굴이고, A씨가 아들이 숨지기 1주일 전부터 종이 몽둥이와 주먹으로 온몸을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폭행한 점도 고려했다.

경찰은 A씨가 비록 범행 장소를 이탈에 B군의 시신을 버린 건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시신을 숨겼다고 보고 사체유기죄도 추가로 적용했다.

그는 아들의 시신을 보관한 여행용 가방에서 냄새가 날까 봐 10일가량 지난 시점에 시신을 감싼 이불을 바꾸고 나프탈렌 등 제습제를 사다가 가방에 넣어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정황상 피의자는 사실상 아들의 사망을 용인한 상태에서 범행했다"며 "이후 벌어진 시신 유기 과정도 살인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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