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는 빛 좋은 개살구…중국기업이 일감 '싹쓸이'
"일감 몰아주기…34개국 교통인프라 사업의 89%는 中기업 시공"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일감을 자국 기업들에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중국이 자금을 지원해 아시아와 유럽 34개국에서 추진하는 교통 인프라 사업의 89%가 중국 기업들을 시공사로 선정, 계약을 맺은 상태다.
현지 국가나 제3국에 배정된 몫이 불과 11%라는 사실은 이 사업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중국의 약속이 허언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해 열린 19차 공산당 대회에서 "우리는 무역과 투자 자유화를 증진하고 경제 자유화의 혜택을 모두가 공유하도록 이를 더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균형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일대일로 사업이 서방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국제개발 모델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CSIS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자금 지원을 받아 유라시아 지역에서 추진되는 다른 교통 인프라 사업들을 분석한 결과는 대조적이었다. 지난 2006년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총 178개 사업 가운데 41%는 인프라가 실제로 건설될 국가들의 기업들을 시공사로 선택했고 29%는 중국, 나머지 30%는 제3국 기업들에 돌아가 사업의 혜택이 골고루 분포된 모습이다.
조너선 힐먼 CSIS 연구원은 중국이 사업의 과실을 독식하고 있다는 것은 말과 현실의 간극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사업계약을 공정 경쟁에 부치는 것이 중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더 분명한 기회가 없다면 더 많은 국가가 왜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했는지를 자문하기 시작할 것이고 참여치 않은 국가들은 끝내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국방안보연구소의 라파엘로 판투치 소장도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계약을 외국 기업들에 개방할 것이라는 희망은 중국 측의 미사여구를 오독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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