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이영개가 모은 문화재 109점 일본서 돌아왔다

입력 2018-01-25 09:18
수정 2018-01-25 09:26
친일파 이영개가 모은 문화재 109점 일본서 돌아왔다

기업가가 지난해 8월 구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일제강점기에 친일 활동을 하다 196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간 사업가 이영개(1906∼?)가 모은 고미술품 109점이 약 50년 만에 일본에서 돌아왔다.

기업가인 이재환 차이나웨이트래블 대표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작년 8월 말에 유물들을 국내에 들여왔고, 지금은 경기도에 있는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확한 구매액은 밝히기 곤란하다"며 "아직 전시 계획은 없고, 학자들이 원한다면 도판이나 실물을 보여줄 의사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이영개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 문화재들은 이영개가 일본으로 가져간 뒤 일본의 제과회사에 판매됐다. 이 회사의 사장은 일본 나라국립박물관에 유물을 기탁했고, 이후 사장의 자녀들이 상속받았다.

일제에 군용기 부품을 공급하고 친일단체 간부를 지낸 이영개는 1971년 일본에서 '조선고서화총람'이라는 책을 발간할 정도로 문화재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돌아온 이영개 컬렉션은 그가 수집했던 유물 중 일부로 추정된다.

이 대표가 구매한 이영개 컬렉션은 글씨와 그림 105점, 당호를 새긴 편액 4점으로 구성됐다. 제작 시기는 대부분 조선시대다.

회화는 영월군수를 지낸 문인화가 신세림(1521∼1583)이 그린 '기려도교도'(騎驢渡橋圖), 조선 중기 화가인 이징(1581∼?)의 '수하쌍마도'(樹下雙馬圖), 고려 후기나 조선 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지미인도'(蓮池美人圖),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묵란화 가운데 가장 큰 '석란도' 등이 포함됐다.



또 석봉 한호(1543∼1605)가 선조 22년(1589) 이태백의 시 '망려산폭포'(望廬山瀑布)를 행서체로 쓴 세로 61.5㎝, 가로 6.9m 크기의 병풍식 서첩도 있다.

유물 중 일부를 살펴본 홍선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영개 컬렉션은 조선 서화사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중요한 가치와 의의를 지니는 자료"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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