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쿠르드지역 군사작전 확대" 위협…"미국 압박 의도"

입력 2018-01-25 03:38
에르도안 "쿠르드지역 군사작전 확대" 위협…"미국 압박 의도"

내전 감시단체 "닷새간 130명 숨져"…에르도안 "테러분자 268명 제거"

쿠르드민병대 "외국인 자원병 수십명, 아프린 전투 합류"

터키서 군사작전 반대 정치인·언론인 150명 구금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 대통령이 시리아 쿠르드 지역 군사작전의 범위를 동쪽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비즈에서 시작해 국경을 따라 이 재난을 완전히 제거하는 계획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재난'이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가리킨다.



터키는 이달 20일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에서 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작전명, 올리브가지)에 돌입했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이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본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향후 목표물로 제시한 만비즈는 아프린에서 동쪽으로 120㎞ 가량 떨어진 쿠르드 도시다.

이 지역 YPG는 아프린과 달리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에 편입돼 있다.

터키군이 실제 만비즈를 겨냥한다면 아프린 작전과 달리 미군과 대치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에르도안의 만비즈 작전 위협은 미국에 YPG와 협력을 중단하라는 강력한 요구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마지막 테러분자를 제거할 때까지 이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도 만비즈와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작전을 확대할지 여부와 관련 "다른 나라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아프린에서는 이날도 터키 측과 YPG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YPG는 공군력도 없이 장비의 절대적 열세에도 격렬히 저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YPG 본진은 아프린에 병력을 보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으나 미국정부는 "SDF가 IS와 직접 관계 없는 작전에 나선다면 국제동맹군의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었다.

에이드리언 랭컨-갤러웨이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YPG의 어느 부대가 아프린의 우리 형제를 도우러 가겠다고 한다면 그들은 더는 우리 파트너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SDF 고위 인사 레두르 켈릴은 24일 로이터통신에 "미국인과 유럽인 등 자원 대원 수십명이 데이르에조르에서 아프린 전투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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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작전 닷새간 시리아에서 약 130명이 숨졌다.

민간인 사망자 약 30명 대부분은 아프린 주민이라고 이 단체는 보고했다.

터키 연계 시리아 반군조직과 YPG에서 각각 48명과 42명이 사망했다.

터키군에서도 사망자 3명이 나왔다.

터키정부는 아프린 주민 사망 보고가 "허위 선전"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아프린과 국경을 맞댄 킬리스주(州)에서는 시리아에서 날아온 로켓포 공격으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부상했다고 주지사실이 밝혔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아프린에서 테러분자 268명을 제거했다고 말했다.

전날 터키군도 유사한 전과를 제시했으나 이 정보는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터키 국내에서 아프린 작전에 관한 비판 여론은 숨을 죽였다.

소셜미디어 등에 아프린 작전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정치인과 언론인 등 150명이 구금됐다고 터키 언론들이 전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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