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보편요금제 수준인데"…알뜰폰 업계 근심커진다
월 2만원 안팎에 데이터 1.5GB 제공중…타격 불가피
시민단체 "소비자 혜택 확대 위해 보편요금제와 상생 고민해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의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알뜰폰업계의 근심이 깊어 가고 있다.
많은 알뜰폰업체들이 보편요금제 안과 맞먹거나 더 저렴한 요금제를 이미 내놓았으나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이통3사로 고객이 쏠릴 가능성을 알뜰폰 업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소비자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종텔레콤[036630], 인스코비[006490], KT 엠모바일 등이 보편요금제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현재 거론되는 보편요금제 안은 월 요금 2만원대에 음성 200분 이상, 데이터 1GB 이상이 유력하다.
세종텔레콤 스노우맨은 월 2만2천원에 음성 200분·문자 200건·데이터 1.5GB를 제공한다.
KT 엠모바일은 동일한 제공량의 유심 요금제가 월 1만9천800원, 인스코비 프리티는 2만3천100원이다.
또 U+알뜰모바일은 이미 보편요금제 안보다 오히려 더 좋은 조건의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이 업체의 GS25 5+ 요금제는 GS25에서 유심을 구매할 경우 월 1만5천원에 통화 200분, 문자 100건, 데이터 5GB를 준다.
하지만 유통망과 홍보가 부족한 탓에 이용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고객센터 등 사후 관리 시스템이 열악한 점도 이용자들이 알뜰폰 가입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춘 이통사를 통해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기존 알뜰폰 요금제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는 연내 법 개정을 거쳐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이 보편요금제를 출시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업무보고에서도 이런 입장을 재확인했다.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면 이통사로 가입자 이탈이 늘면서 매출이 40% 이상 축소될 것"이라며 "알뜰폰 활성화를 통해 경쟁환경을 조성하고, 요금인하를 유도하려는 현행 통신비 정책과 배치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매대가를 낮추고 홍보와 영업 등을 지원하면 GS25 요금제처럼 보편요금제보다 더 좋은 조건의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는 게 알뜰폰 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시민단체는 더욱 많은 이용자가 혜택을 보게 하려면 보편요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7월 기준 3만원대 이하 요금제 가입자는 전체의 46.4%였다.
이들이 쓰는 이통 3사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이지만 데이터 제공량은 300∼500MB에 불과하다.
보편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이들이 집중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약정과 결합할인 등이 발목을 잡겠지만, 장기적으로 저가 요금제 가입자 사이에서 '갈아타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역으로 이들을 상위 요금제로 흡수하려는 이통 3사의 마케팅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보편요금제 등 저가 요금제에서는 단말 지원금을 축소하고, 고가 요금제에서 늘리는 방식으로 보편요금제 가입을 의도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은 "이미 저가 요금제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마저 없으면 고가 요금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보편요금제 도입과 함께 알뜰폰 업계의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