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렌즈에 '충 온 파이어!'…정현, 제대로 불붙었다

입력 2018-01-24 17:44
카메라 렌즈에 '충 온 파이어!'…정현, 제대로 불붙었다

16강에서 조코비치 꺾고는 은사 향해 '캡틴 보고있나'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남자단식 8강 승리 인터뷰를 마치고 호주오픈 메인 코트인 로드 레이버 코트를 빠져나가던 정현(22·한국체대)은 사인펜을 들고 자신을 기다리는 카메라를 발견했다.

씩 웃어 보인 정현은 한글로 '충 온 파이어!'라고 적은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충'은 자신의 성(姓)을 영어로 표기한 'Chung'을 그대로 읽은 것이다.

정현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종종 자신을 '미스터 충'이라고 표현한다.

'온 파이어(on fire)'는 '불붙었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상승세에 있는 선수를 수식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다.

그의 '충 온 파이어!'에서 준결승, 결승을 앞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정현은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준준결승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을 3-0으로 제압했다.

한국 선수로는 메이저대회 최초의 4강 진출이며,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니시코리 게이(일본)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올해 22세인 정현은 22일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제압한 뒤 '캡틴 보고 있나'라고 적어 화제를 모았다.

그가 말한 '캡틴'은 삼성증권 시절 은사인 김일순 전 감독이다.

정현은 조코비치에 승리하고는 "삼성증권이 해체되고 감독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이렇게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캡틴 보고 있나'가 은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충 온 파이어!'는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셈이다.

정현은 로저 페더러(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체코) 전 승자와 26일 준결승을 치른다.

정현이 기적 같은 승리 행진을 벌이면서, 경기 후 카메라에 남기는 사인도 큰 화젯거리가 됐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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