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류승룡 "한국식 토종 히어로물 재밌겠다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외국 히어로물은 홍수라고 할 만큼 많잖아요. 우리나라에도 평범한 사람이 등장하는 토종 히어로물이 나오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염력'에서 류승룡이 연기한 신석헌은 아저씨 히어로다. 소시민인 데다 애초엔 정의감 따위 없었다. 저도 모르게 생긴 초능력을 깨달은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염력으로 돈이나 벌어볼까 궁리하던 그는 부성애를 디딤판 삼아 하늘을 난다. 이제 움직임은 슈퍼맨에 버금가지만, 후줄근한 점퍼 차림의 중년인 건 그대로다.
2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염력'이 중년 남자 신석헌의 성장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어떻게 돈을 벌까 생각하는 생계형 초능력인데 딸을 구하게 되면서 그 능력을 자신도 모르게 선용하는 거죠. 약간 비겁하고 평범한 아빠가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이고 책임질 줄 아는 삶으로 옮겨가는 성장영화와 비슷해요."
영화는 얼굴의 모든 근육은 물론 혀까지 동원해 염력을 발휘하는 류승룡의 슬랩스틱 코미디로 일단 관객을 웃기고 시작한다.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조작하며 게임에 몰입할 때 표정에서도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코미디 연기의 상당 부분은 연상호 감독의 시연으로 출발했다.
"어떤 건 배우로서 걱정될 정도로 잘해요. 스태프들 반응이 좋아서 경쟁심이 유발되기도 하고요. 그런 묘한 운용능력이 있더라고요. 저렇게 하면 안되겠다 싶은 것도 있었죠. 하하.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보여준 것 같아요."
류승룡은 영화 속 신석헌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봄부터 여름까지 촬영하며 몸무게를 12㎏ 늘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관리 안 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은 다시 균형 잡힌 몸매로 돌아왔다. 류승룡은 "3월 초 촬영에 들어가는 차기작 '극한직업'이 체력소모가 큰 역할이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염력'은 재작년 봄 출연을 결정했다. 연상호 감독과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 목소리 연기를 하며 인연을 맺었다. "'서울역'도 그렇고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를 보면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잘 녹여내잖아요. 실사영화 찍으면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부산행'을 찍더라고요. 연상호 감독이 칸 영화제에 가기 전 만났는데 시놉시스만으로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서 함께 하자고 했죠."
'염력'은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류승룡은 그만큼 절치부심했다. 연극에서 영화로 주무대를 옮긴 이후 '최종병기 활'(2011),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 등을 잇따라 흥행시켰지만 '손님'(2015)과 '도리화가'(2015) 등 근작에선 쓴맛을 봤다.
류승룡은 그사이 "모든 걸 다 던져서 배우로서 무언가 이뤄내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고 했다. 그런 생각으로 선택한 또 다른 영화 '7년의 밤'도 곧 선보인다. 촬영은 '염력'보다 먼저 했다. 두 작품은 배우로서 류승룡의 자세를 다잡는 영화이기도 하다.
"너무 바쁘게 앞만 보고 정신없이 왔어요. 쉬는 게 불안할 정도로요. 늦게 영화를 시작했고 아직도 배고프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네요. 지금은 만감이 교차해요. 작품들을 쉼 없이 할 때는 이런 걸 느낄 새도 없었거든요. 이번엔 기분 좋은 설렘과 긴장이 느껴집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