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문학 대가' 어슐러 르 귄 별세…향년 88세

입력 2018-01-24 11:25
'판타지 문학 대가' 어슐러 르 귄 별세…향년 88세

어둠의 왼손·어스시 시리즈 등 집필…세계 3대 판타지 거장으로 꼽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세계적인 판타지 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미국의 어슐러 K. 르 귄이 88세의 일기로 숨졌다.

유족들은 23일(현지시간) 르 귄의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그가 전날 오후 평화로운 죽음을 맞았다고 밝혔다.

SF 과학소설, 판타지 소설을 주로 집필해온 그는 아동문학, 시, 에세이 등 폭넓은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1929년 10월 21일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난 르 귄은 매사추세츠주 래드클리프 칼리지,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했다.

1953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파리에 체류하다가 역사학자 찰스 르 귄을 만나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뒀다.

부친인 알프레드 크로버는 아메리카 원주민을 연구하는 저명한 민속학자였다.

르 귄의 작품 주제는 인류학, 도쿄, 여성주의, 무정부주의, 심리학, 사회학 등을 아우른다. 특히 작품 속에 드러나는 인류학적 관심은 부친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관심이 떠오르기 전 성 역할에 대한 급진적인 변화를 그려냈고, 성 정체성과 사회적 규범, 영적 생활 등에 질문을 던졌다.

1966년 '로캐넌의 세계'란 소설을 처음으로 펴냈고, 1969년 발표된 '어둠의 왼손'으로 과학소설 분야 최고 권위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받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선보인 '어스시'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수백만 권이 팔렸고 J.R.R.톨킨, C.S.루이스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소설로 꼽혔다.

6권의 전집으로 이뤄진 어스시 시리즈는 '어스시'라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마법사가 악의 무리와 싸우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교적 근래에 발간된 소설 '바람의 열두 방향'은 최근 아이돌 가수 방탄소년단이 '봄날' 뮤직비디오에 소설 속 가상도시 이름인 '오멜라스'가 등장하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 주목받기도 했다.

과학소설 작가로는 드물게 1997년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SF 문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경우 첫 수상자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스티븐 킹은 르 귄의 죽음에 대해 "가장 위대한 사람 중의 한 명, 그는 과학소설뿐 아니라 문학의 아이콘이었다"며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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