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북한 감독, 갈등의 불씨 될까
선수 기용 놓고 이견 우려…머리 감독이 확실한 전권 가져야 안정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북한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오는 25일 파견하기로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 감독 1명도 함께 온다는 점이다. 자칫 갈등의 불씨가 될 소지가 적잖아 보인다.
새러 머리(30·캐나다) 단일팀 총감독의 말을 종합하면 새롭게 합류하는 북한 선수들은 4라인 배치가 유력하다.
머리 감독은 지난 22일 진천선수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선수들이 몇 년간 같이 뛰어 1∼3라인은 호흡이 좋다"며 "전략적으로 봐도 피지컬이 강하고 바디체킹을 잘하는 북한 선수들은 4라인에 들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총 6명이 한 팀을 이루는 아이스하키에서 골리를 제외한 3명의 공격수와 2명의 수비수로 이뤄진 한 조를 라인이라고 한다.
보통은 1라인부터 4라인까지 나눠 경기에 나선다.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1∼2라인을 '스코어링 라인', 탄탄한 수비력과 저돌적인 몸싸움으로 상대의 체력을 고갈시키는 3∼4라인을 '체킹 라인'이라고 부른다.
머리 감독이 북한 선수들을 4라인에 넣겠다는 것은 기존의 우리 대표팀을 운영했던 방식 그대로 올림픽을 치르겠다는 의미와도 같다.
우리 대표팀은 1∼3라인과 4라인의 기량 차이가 있는 편이라 각종 대회에서 사실상 1∼3라인 위주로 경기를 치렀다. 4라인은 경기를 거의 못 뛰었다.
머리 감독이 단일팀의 명분을 고려해서 북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더라도 4라인에 포함돼 시프트를 3∼4번 받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시프트 1회가 40∼50초 정도니까 북한 선수들은 뛰는 시늉만 하고 대부분 시간을 벤치에 머무를 수 있다.
문제는 팀워크가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처럼 북한 선수들의 역할이 제약당하면 내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북한 감독이 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거나 제동을 걸려고 하면 단일팀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머리 감독이 전권을 확실하게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 감독이 수차례 요청한 사항이기도 하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에 관한 전권을 내가 가진다고 거듭 확인을 받았다"며 "선수를 고르는 것은 내 권한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만 경기에 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단일팀과 관련한 뜨거운 논란은 정치가 스포츠에 개입해서 벌어진 일이지만 어쩌면 지금은 정치가 나서야 할 타이밍인지도 모른다.
우리 정부가 머리 감독의 권한을 북한 선수단에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은 남북한 코치진이 알아서 정하라고 하는 순간, 시한폭탄이 폭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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