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하철 2호선 건설 관리 사업자 선정 난항
도시철도공사 수의계약·사업수행능력 문제 불거져
(광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을 위한 시스템 엔지니어링(SE) 수행 사업자 선정이 수년째 진척을 보지 못해 도시철도 본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230억원 규모인 광주도시철도 SE사업은 2호선 건설 사업 전반을 총괄해 설계부터 건설, 운용까지 모든 공정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초설계 단계 이전부터 SE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했지만 시는 착공을 눈앞에 둔 지금까지 사업자 선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야 광주도시철도공사를 SE 사업자로 위탁하려 했다가 공사의 SE 사업 운용능력에 대한 불신과 뒤늦게 수의계약 불가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지금껏 제자리걸음이다.
24일 광주시와 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시는 철도공사에 2호선 SE 위탁 사업을 일시 정지 한다고 통보했다.
시는 정지 사유로 '예산집행 절차 검토 중 SE 사업 내용 추가 검토 필요'를 들었다.
정지 기간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별도 통보일까지라고 했지만 이후 2개월이 넘도록 중단됐다.
사업이 중단된 실질적인 이유는 도시철도공사에 SE 사업을 위탁하려는 것은 수의계약에 해당하는데도 관련 절차를 준수하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시 자체 감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해 8월 SE 사업 위·수탁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받아 도시철도공사와 협약을 맺었지만 시 감사위원회는 지방계약법을 근거로 도시철도공사를 수의계약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승인과 시 감사위원회의 해석이 달라 행정안전부에 법령 질의를 다시 하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며 "회신이 오면 내부 검토 후 조치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2조원 규모의 도시철도 2호선 건설 사업을 관장할 SE 사업자 선정이 이처럼 지연되면서 올 상반기 착공 등 2호선 사업 일정에도 차질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E 사업자는 통상 사업 초창기 선정 한다. 그래야 사업 전반을 총괄하며 관리할 수 있고 사업 준공 이후 발생한 하자에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책임 소재 등을 쉽게 가릴 수 있다.
하지만 2호선 사업 추진이 그동안 지지부진하면서 SE 사업자 선정도 계속 미뤄졌고 이로 인해 자칫 SE 사업자 선정이 착공 뒤에야 이뤄지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시 산하기관인 광주도시철도공사를 사업자로 선정하려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타 지역의 경우 도시철도 건설 SE 사업자는 사업 특성상 수행 경험이 많은 외국 기업이나 서울메트로 등에 맡겨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광주시는 2015년 국책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SE 사업 수행을 맡기는 안도 검토하기도 했으나 사업계약에 관한 견해차로 무산됐다.
이후 SE 사업자 선정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SE 사업 수행 경험이 전혀 없는 도시철도공사를 수행기관으로 선정하려고 했다.
도시철도공사는 부족한 자체 사업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SE 사업 수행을 위한 별도 인력을 새로 뽑으려 했지만 시의 사업중지 통보로 이마저도 중단한 상태다.
착공을 코앞에 둔 시는 '위탁은 수의계약인 만큼 도시철도공사는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대행 사업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SE 사업 사업자 선정이 착공 시기에 밀려 능력도 없는 기관에 졸속으로 맡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민종(광산4) 의원은 "SE 사업은 건설공사의 감리와도 같은데 감리도 선정하지 않고 착공까지 와버렸다"며 "늦어도 너무 늦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격도 능력도 없는 곳에 사업을 맡기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b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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