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염에 덮인 '올리브가지' 아프린…50만 쿠르드·난민의 안식처

입력 2018-01-24 06:04
화염에 덮인 '올리브가지' 아프린…50만 쿠르드·난민의 안식처

터키 군사작전 지역 아프린, 내전 내내 비교적 안전

'아프린 작전 비판' 야당 단체장·언론인 등 90여명 구금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터키가 이달 20일 침공한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 아프린은 '올리브의 땅'으로 유명한 곳이다.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는 알레포로, 아프린 역시 알레포주(州)에 속한다.

알레포는 시리아내전의 최대 격전지로 각인되기 전까지 한국에서 '알레포 비누'로 유명했다. 알레포 비누는 이 지역 특산물인 올리브유에 월계수 잎으로 만든 고급비누다.

구릉지대를 따라 신의 축복과도 같은 올리브 군락이 곳곳에 푸르고 쿠르드인들은 이 식물로 기름진 삶을 누렸다.

그래서 올리브는 아프린의 상징이기도 하다.



아프린 일대는 예로부터 아랍어로 '자발 알아크라드'라고도 불리는데, '쿠르드의 산'이라는 뜻이다.

피로 물든 알레포와 달리 아프린은 내전 내내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다.

내전 초기 시리아군이 반군과 교전에 집중하느라 철수한 이래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장악했기 때문이다.

2014년 파죽지세로 확장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도 아프린까지 뻗지는 못했다.

안전이 유지되는 농업지역 아프린에는 반군 지역 난민과, IS의 학살·착취로부터 도망친 야지디족 등이 모여들었다.

아프린에는 현재 원주민과, 그보다 더 많은 난민을 합쳐 50만∼80만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리브 도시' 아프린은 그 상징처럼 내전 속에서 평화의 안식처 역할을 한 셈이다.



터키는 역설적이게도 군사작전에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가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리브가 아프린의 상징이기도 하거니와, 터키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YPG를 소탕한다는 명분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군사작전이 대개 평화와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우기는 해도 평화의 상징을 작전명에 쓰는 것은 이례적이다.

터키는 1974년 키프로스를 침공했을 때에도 작전명을 '키프로스 평화 작전'으로 불렀다.

그러나 터키 안에서도 이번 작전을 '올리브가지'라고 부르는 데 반발기류가 존재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2∼3개 매체는 올리브가지라는 명칭을 아예 안 쓰거나 '아프린 작전'이라는 중립적인 표현을 주로 쓴다.

터키 출판업계 종사자 A씨는 24일 연합뉴스 취재진과 통화에서 "시리아내전 내내 주민과 난민에게 안식처가 된 아프린이 불타고 있다"면서 "그것을 '올리브가지'라 부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터키 당국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아프린 작전을 비판한 야당 지방단체장 2명과 언론인 등 90여 명을 '테러 선전 유포' 혐의로 연행, 구금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보도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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