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값이 너무 올라서…" 지난해 전세대출 사상 최대 증가

입력 2018-01-24 06:07
"전세값이 너무 올라서…" 지난해 전세대출 사상 최대 증가

5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45조원 돌파…1년 새 12조원 가까이 폭증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김경윤 기자 = 전세가격 상승세를 타고 지난해 주요 은행의 전세대출 규모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45조6천926억원으로, 전년(34조535억원) 대비 11조6천391억원 늘었다.

이는 폭증세를 보였던 2016년도 전세자금대출 연간 증가액 10조3천899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5대 은행 전세자금 대출 규모는 2010년에는 2조3천196억원에 그쳤지만, 2011∼2013년 사이 전셋값 상승과 함께 대출 규모가 매년 3조원 이상 증가했다.

2014년과 2015년에는 증가액이 매년 5조원을 넘기면서 대출 잔액이 눈덩이처럼 불었고 2016년에는 무려 10조원 이상 늘었다.

이 영향으로 전세대출 잔액은 2013년 10조원을 넘겼고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20조원, 3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또다시 전세대출이 12조원 가까이 늘면서 누적 잔액은 45조원대를 기록했다.

가파른 전세대출 증가세는 전셋값 상승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지역 평균 전셋값은 3억5천572만원, 아파트의 경우 평균 4억4천76만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12월 평균 전셋값이 2억6천478만원, 아파트는 3억1천864만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30% 이상 뛴 것이다.

매매와 전세금 격차가 다소 벌어지고는 있지만, 전국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여전히 67.5%를 보인다. 아파트의 경우 전세가율은 74.6%였다.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축소되면서 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전세자금 대출을 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투기지역의 LTV와 DTI는 40%지만, 전세자금대출은 최대 보증금의 8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직장인 김모(32)씨는 "결혼을 앞두고 서울에서 신혼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LTV 규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돈도 적고 소득 기준 때문에 디딤돌 대출 같은 저금리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며 "차라리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전셋집을 마련할까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러 은행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손쉬운 전세자금 대출 서비스에 나서는 것도 향후 전세대출 잔액 추이에 미칠 전망이다.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은 이달 23일부터 보증금의 80%, 최대 2억2천200만원을 대출해주는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을 내놨다.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는 데다가 24시간 언제나 앱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어디서나 모바일로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신한 S드림 전세대출'을 출시한 바 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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