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규제 심한 영국에선 흉기범죄가 횡행…하루 101건꼴
작년에 3만7천건…최악은 런던, 10만명당 114건 발생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지난해 12월 31일 저녁과 새해 1일 아침 사이 새해맞이가 한창이던 영국 런던에서는 시비 끝에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10대와 20대 남성 4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영국에서 이런 흉기범죄는 흔한 일이다.
공영방송 BBC는 23일(현지시간) 지난 몇년 간 감소 추세를 보인 흉기범죄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관련 통계들을 소개했다.
작년 7월까지 1년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발생(경찰 집계 기준)한 흉기범죄는 3만6천998건으로 이전 1년에 비해 26% 급증했다. 하루에 101건이 발생한 꼴이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 이래 가장 많은 수준이다.
흉기범죄는 2011년(3만2천건)부터 2014년(2만5천건)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5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급기야 2017년에는 종전 최고치를 갈아치운 것이다.
수도 런던에서 흉기범죄가 가장 많이 늘었지만 44개 경찰서 가운데 38개 경찰서에서 증가를 나타내 흉기범죄 증가는 나라 전체에 걸쳐 일어나는 현상으로 여겨진다.
2016년 7월까지 1년간을 기준으로 런던의 흉기범죄는 인구 10만명 당 114건에 이른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웨스트미들랜즈(56건)의 두 배다.
BBC는 흉기범죄로 규정하는 경찰의 기준이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국민보건서비스(NHS) 병원들의 흉기 사상자 입원환자가 7% 증가했고 통계청은 흉기범죄 하락세에 "진정한 변화"가 생겼다고 결론 내는 등 흉기범죄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봤다.
경찰이 집계한 흉기범죄의 절반은 흉기로 상해를 입혔거나 심각한 상해를 위협한 공격이었다.
다음으로 강도(39%)가 많았고 살인·살해 시도도 8%나 차지했다.
이외 흉기를 소지한 강간·성추행은 2%(620건)였지만 증가율(31%)은 가장 높았다.
영국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흉기는 압도적인 수단으로 이용됐다. 무려 39%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규제가 심한 총기는 4%에 그친다.
이울러 청소년들이 흉기범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 역시 두드러진 대목이다.
흉기 소지로 경고·견책·기소된 이들 가운데 5명 중 1명은 18세 미만 청소년이었다.
지난해 마틴 휴잇 런던경찰청 부청장은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청년들이 신분, 범죄성, 자기보호 등 여러 이유로 그렇게 하는데 약 4분의 1 정도만 범죄조직과 연관돼 있다"며 "안전하려면 흉기를 소지하고 다닐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현상이 있다"고 했다.
범죄조직에 연루된 청년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청년들 사이에서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 흉기 소지가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흉기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자 지난 2015년 흉기 규제를 도입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두 차례 이상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최대 징역 6개월의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는 흉기 규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흉기범죄는 증가한 것이다.
경찰 일각에서는 지속적인 치안 예산 삭감과 불심검문 억제 정책을 그 이유로 지목하기도 한다.
영국 정부는 산(酸) 등 독성물질 공격도 급증하자 지난해 연말 흉기 규제와 똑같이 독성물질도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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