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20·30대 여성에 급증하는 자궁근종 '누구나 위험'
자궁 건드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경과만 관찰하는 건 '잘못'
안전하고 정교한 수술로 근종 제거해야 임신 가능성 높아져
(서울=연합뉴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 #. 미혼 여성 A(29)씨는 결혼을 앞두고 동네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했다. 건강에 문제가 없었던 터라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사는 자궁에 근종이 보인다며 큰 병원에 가보기를 권유했다. 깜짝 놀라 엄마와 함께 자궁근종센터를 찾은 A씨. 정밀검사결과 직경이 12㎝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도 문제였지만, 변성이 심해 악성 종양의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는 악성 종양의 가능성은 작아 보였다. 의료진은 A씨에게 로봇을 이용한 근종 절제술을 권유했다. 배를 열지 않고 작은 구멍만 뚫어 정교한 수술이 가능할 뿐 아니라 회복도 빨라 결혼 준비에도 지장이 없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었다. 결국 A씨는 의료진의 권유대로 로봇을 이용한 자궁근종 절제수술을 받고 결혼식을 올렸다. 이렇게 근종을 떼어 낸 A씨는 신혼 초 임신에 성공해 첫아이를 만삭으로 잘 낳았고, 지금은 둘째 를 임신해 태교에 힘쓰고 있다.
자궁근종은 여성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양성종양이다. 자궁 근육층을 구성하는 자궁근육 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른 초경 나이, 늦은 폐경 나이, 임신 경험이 없는 경우, 비만 등이 자궁근종의 위험요인이다. 자궁근종은 그 크기나 위치에 따라 월경과다, 월경통, 골반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며 난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자궁근종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임기에 해당하는 20∼30대 여성의 발생률이 심상찮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예방의학과 다학제 연구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역학)에 등록된 100만명 중 15∼55세 가임기 여성을 선별해 분석한 결과, 자궁근종 유병률이 2002년 0.62%에서 2013년 2.48%로 껑충 뛰었다.
2003년과 2013년의 연간 발생률을 연령대별로 보면 26∼30세 여성이 0.21%에서 0.73%로 3.48배 증가해 발생률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31∼35세가 2.68배로 증가 폭이 두 번째였다. 늦어진 결혼과 높아진 초산 연령 등으로 젊은 가임기 여성에서 자궁근종이 급격히 늘고 있는 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궁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은 과거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이 보편적이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원격 제어 수술 시스템인 로봇수술이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미혼여성이나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 자궁근종이 발견됐을 때 로봇 수술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궁근종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교함'이다. 근종을 제거할 때는 정상 자궁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자궁근종을 제거한 후 남아있는 자궁을 매우 정교하게 재건해야만 향후 임신 가능성을 높이고 임신 중 자궁파열의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자궁근종 로봇수술은 최적의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보다 훨씬 더 나은 시야를 확보하면서 더욱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복수술보다 출혈과 수술 후 통증도 적고 회복이 빠르다. 그중에서도 자궁을 보존하면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에게는 로봇수술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매우 크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자궁근종센터에서 로봇수술을 받은 거대 자궁근종 환자 151명의 자연 임신 성공률은 78.6%로 매우 높았다. 환자들 대부분은 만삭으로 건강한 아기를 분만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자궁근종 로봇수술의 정교함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수술에 성공한 환자들의 자궁근종 유형은 다양했다.
수술 시 자궁내막이 노출돼 이를 봉합하는 고난도의 수술을 받거나 20개가 넘는 근종을 떼어내고도 정상적인 임신에 성공한 산모도 있었다. 또 직경 12㎝의 자궁근종을 진단받은 중학생, 자궁근종 절제수술을 받고 첫아이를 낳은 후 둘째 아이까지 분만한 산모도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이런 수술성과에 힘입어 국내뿐 아니라 미국,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인도 등 각국 여성들이 한국을 많이 찾는다.
물론 로봇수술 말고도 여러가지 자궁근종 치료법이 있다. 일부에서는 자궁동맥색전술과 초음파로 열을 가하는 하이푸(HIFU) 등의 비수술적인 방법을 권하기도 하지만 가임기 여성은 치료법을 결정할 때 신중해야 한다.
크기가 큰 근종이 자궁내막을 누르고 있거나, 크기가 작은 근종인 경우라도 자궁의 내강으로 돌출해 위치한 때에는 임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양측 자궁동맥을 막아 근종의 크기를 줄이는 자궁동맥색전술은 난소의 기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또 초음파로 열을 가하는 하이푸는 근종이 완벽하게 제거되기 어렵고 자궁을 손상할 수도 있어 아기를 낳아야 하는 여성의 경우 '상대적 금기'로 간주된다.
불임의 원인인 자궁근종이 완벽하게 제거되면 대부분 자연적으로 임신할 수 있다. 자궁근종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후 임신이 됐을 때 합병증이 발생한 사례도 없다.
이제는 뛰어다닐 정도로 훌쩍 자랐고, 동생까지 생긴 아이들이지만 만약 그때 자궁근종수술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아직도 자궁근종 증상에 시달리면서 임신을 기다리고 있거나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자궁을 건강하게 잘 보존하기 위해 매시간 정성을 다한 보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자궁근종은 모든 여성이 걸릴 수 있는 여성 질환이기 때문에 미혼여성에게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앞서 언급한 중학생 환자 사례처럼 말이다.
단순히 아랫배가 나왔다거나 살이 쪘다는 생각에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이런 경우를 예방하려면 미혼이라도 정기 검진을 받아 자궁근종 진단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진단 후에는 각 환자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법으로 적절한 처치를 받아야 한다.
임신해야 하니 자궁을 건드리는 수술은 무조건 안 된다고 생각하고 계속 경과만 관찰하는 것도 잘못이다. 오히려 임신해야 하는 소중한 자궁이니 검진을 받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잘하는 게 더 좋은 생각이다.
◇ 김미란 교수는 1989년 가톨릭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에서 연수했다. 현재는 가톨릭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전공분야는 여성의 생식내분비학으로 특히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폐경기, 골다공증 환자를 중점 진료 한다. 국내 처음으로 자궁근종센터를 개소한 이래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최다 자궁근종 절제수술 기록을 갖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자궁근종연구회 회장, 자궁내막증학회 학술위원장, 산부인과 로봇수술연구회 부회장을 역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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