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강도당한 수표 내밀며 "500억 바꿔달라" 일당 검거
60∼70대 포함 사기단…'오래된 거액수표' 의심한 은행원에 덜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60∼70대 노인 등으로 구성된 일당이 13년 전 은행에서 강도당한 백지수표에 액수를 써 넣어 만든 500억 원 위조수표를 현금화하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위조유가증권 행사 및 사기미수 혐의로 정 모(49)씨와 김 모(71)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쓰인 위조수표를 제공한 김 모(69)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11월 22일 위조수표를 서울 강북의 한 은행에서 현금화하려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 일당이 내민 수표를 받은 은행원은 발행일이 워낙 오래됐을 뿐 아니라 수표가 다소 조악하고 금액이 매우 높은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발행한 은행에 확인했고, 그 결과 발행 이력이 없는 수표로 드러났다.
은행 측은 500억 원을 입금했다가 뒤늦게 발행되지 않은 수표인 점을 발견하고 정씨 등이 현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 등이 현금화하려던 수표는 2005년 울산 두북농협 봉계지점에 공기총을 들고 침입한 2인조 강도가 훔쳐갔던 액면 금액이 없는 백지수표 71장 중 한 장으로 파악됐다.
당시 총기 강도 중 1명과 범행을 도운 일당 5명은 사건 6일 만에 검거됐고, 중국으로 달아났던 다른 강도도 2006년 5월 위조 여권으로 국내로 돌아와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위조수표를 소지하고 있던 김씨를 불러 조사하는 등 수표가 위조·유통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김 씨는 "숨진 지인으로부터 받아서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경위를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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