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범 엄벌해도…최대 280억 농아인 피해 회복은 요원

입력 2018-01-23 15:15
수정 2018-01-23 15:59
사기범 엄벌해도…최대 280억 농아인 피해 회복은 요원

경찰 확보 20억대 불과, 피해액 회수 안 돼…피해자들 여전히 '절규'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법원이 23일 투자 사기로 동료 농아인들로부터 100억원 가까운 돈을 뜯어낸 농아인 사기단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는 등 기소된 농아인 37명 중 36명에게 책임을 엄하게 물었다.

검찰이 공소장에 명기한 행복팀 투자사기 피해규모는 150여명, 97억원에 이른다.

신고가 이뤄지는 등 피해가 특정되는 것만 이 정도다.



행복팀 수사를 처음 시작한 경찰은 행복팀 계좌에 500여명이 280억원 가량을 입금한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를 통해 범죄조직이란 실체가 드러나는데도 "신고를 하면 돈을 영영 돌려받지 못한다"는 행복팀의 남은 조직원들의 협박에 신고를 주저하는 농아인들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농아인들은 "농아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한다"거나 "돈을 투자하면 원금은 물론이고 몇 배로 불려주겠다"는 꾐에 속아 제2금융권이나 신용카드 대출 등을 받아 돈을 건넸다.

농아인들이 똑같은 장애인을 상대로 사기를 치지는 않을 것이란 심리가 있어 이들은 아무 의심없이 돈을 줬다.

그러나 약속한 투자수익은 커녕 원금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했다.

사건이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돈을 되돌려받지 못한 피해 농아인들의 절규는 여전하다.

대출금을 갚지 못한 농아인들은 상환 독촉을 받거나 집에서 쫓겨나고 압류가 들어오는 등 가정이 파탄난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을 담보로 대출한 2억원을 행복팀에 투자한 피해자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1심 판결로 행복팀 총책 등 간부와 조직원들에 대해 엄벌이 내려졌지만 피해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행복팀은 금융계좌를 통해 농아인들로부터 돈을 받았다.

그러나 돈이 입금되는대로 인출을 해버려 계좌 압수수색 때 해당 계좌에는 잔액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팀 간부들은 이 돈을 주로 5만원권으로 인출, 현금다발로 만든 뒤 박스에 담아 총책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총책 김 씨는 "돈을 받은 적조차 없다"며 아예 범행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수사당국은 총책 김 씨 등이 거액을 현금화한 뒤 어딘가에 몰래 감췄거나 차명계좌로 숨겼을 능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당국이 확보한 총책 김 씨 자산은 피해액을 변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찰이 행복팀 지역팀장 집을 압수수색했을 때 발견한 현금 7억여원, 법원이 추징·몰수 보전한 총책 김 씨 소유나 김 씨 측근이 탔던 외제·국산 고급 승용차 13대, 김 씨가 운영한 커피 체인점 임차보증금, 단독주택 등을 다 합쳐도 20억원대에 불과하다.

피해 농아인들을 변호한 임지웅 법무법인 피앤케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파악하지 못한 행복팀 범죄수익이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총책 김 씨는 범행을 뉘우치고 숨겨놓은 돈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보호 받아야할 대상으로 인식됐던 농아인들이 전국 농아인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금액의 사기행각을 벌인 희대의 사건이 남긴 상처는 예상보다 오래, 깊게 각인될 것으로 보인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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