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조카 상하이 정협 주석서 퇴임…시진핑 세력 장악(종합)

입력 2018-01-23 13:25
장쩌민 조카 상하이 정협 주석서 퇴임…시진핑 세력 장악(종합)

우즈밍 정협위원 재진입 실패…장쩌민 상하이 영향력 쇠퇴

리잔수 상무위원 딸 정협위원 명단 올라…리카싱 아들은 빠져



(상하이·홍콩=연합뉴스) 정주호 안승섭 특파원 =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조카인 우즈밍(吳志明·66) 상하이(上海)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이 퇴임했다.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으로 선임된 리잔수(栗戰書)의 딸은 정협위원 명단에 올라 신구 권력의 교체를 여실히 보여줬다.

23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열린 상하이 정협 회의에서 우 주석은 차기 정협 위원으로 선출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정협 회의를 마지막으로 퇴임하게 됐다는 의미다.

그는 현 정협 상무위원회를 대표해 업무보고를 마친 뒤 주석단의 2열로 좌석을 배정받았다.

1990년대 상하이 철도공안국 국장과 상하이시 공안국 국장, 서기를 거친 우 주석은 이후에도 상하이시 무장경찰총대 제1정치위원, 상하이시 상무위원, 정법위 서기 등을 차례로 지냈다.

특히 장 전 주석 동생의 아들이라는 배경 때문에 상하이 정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외숙에게 양자로 들어가면서 성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정년 제한 규정이 비교적 느슨하게 적용되고, 못다 한 역할을 마무리 짓게 해주는 지방 정협에서 우 주석처럼 한 임기만을 마치고 위원직까지 물러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친위세력의 상하이 장악과 함께 상하이를 근거지로 하고 있는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약화했음을 보여준다.

이날 정협 회의에는 시 주석의 저장(浙江)성 서기 시절 각각 비서와 감찰청장을 지냈던 리창(李强) 상하이시 서기와 잉융(應勇) 상하이시장 등 시자쥔(習家軍) 대표 주자들이 나란히 참석했다.

우 주석이 물러난 이후 둥윈후(董云虎·56) 상하이시 선전부장이 의장으로 정협 회의를 주재했다. 이는 둥 부장이 추후 정협 주석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이다.

둥 부장은 중앙당교와 대외선전판공실에서 중국 인권을 연구해온 인사로 2011∼2015년 시짱(西藏)자치구 선전부장을 지낸 바 있다.

한편 전날 베이징에서는 전국 정협 회의가 위정성(兪正聲) 주석의 주재로 열렸다. 회의에서는 다음 회기의 전국 정협위원 명단 초안을 통과시켰다.

차기 정협 상무위원 명단 초안에는 지난해 6월 임기를 마친 홍콩 출신의 마거릿 찬(陳馮富珍·70)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포함됐다고 홍콩 성도(星島)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은 찬 전 사무총장의 연령이 적지 않지만, 그의 국제적 영향력과 중국 의료체제 개혁에 대한 공로와 함께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높은 평가를 받아 정협 상무위원으로 초빙됐다고 전했다.

홍콩 위생서 서장으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방역활동을 지휘한 이후 급서한 고(故) 이종욱 박사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WHO 사무총장을 지냈다.

홍콩 빈과일보는 지난해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임된 리잔수의 딸 리첸신(栗潛心)이 허베이(河北)성 정협위원 명단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리첸신은 홍콩인의 신분임에도 아버지의 정치적 고향인 허베이성의 정협위원 명단에 올랐다.

전 마카오 행정 수반이자 현 정협 부주석인 허후화(何厚화)의 아들 허징민(何敬民)도 상하이시 정협위원 명단에 포함됐다. 홍콩 배우 왕주란(王祖藍)은 광시(廣西)장족자치구 정협의원 명단에 올랐다.

중국 재벌가에서는 '선박왕'으로 불리는 자오충옌(趙從衍) 회장의 손녀 자오스밍(趙式明)이 장쑤(江蘇)성에서, '장난감 대왕'으로 불리는 차이즈밍(蔡志明) 회장의 조카 차이자숭(蔡加頌)이 광시장족자치구에서 정협의원 명단에 포함됐다.

홍콩 최고의 부호 리카싱(李嘉誠)의 둘째 아들 리저카이(李澤楷)는 지난번 베이징시 정협위원에 포함됐지만, 이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리카싱 회장은 2011년부터 중국에서 부동산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호주와 캐나다, 영국에서 새로운 투자를 하는 데 집중해 중국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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