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불명예 은퇴' 수순 밟나

입력 2018-01-23 08:47
수정 2018-01-23 11:46
'비운의 쇼트트랙 황제' 빅토르 안…'불명예 은퇴' 수순 밟나



도핑 의혹에 평창올림픽 출전 사실상 무산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은 누구보다도 굴곡 많은 선수생활을 했다.

6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쇼트트랙 황제'에서 사연 많은 귀화와 도핑 의혹까지, 선수로서 정상 등극과 추락을 모두 경험한 빅토르 안이 결국 불명예를 안고 빙판을 떠나게 될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언론들은 소식통을 인용해 빅토르 안이 다른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들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올림픽 출전허용 선수 명단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조직적 도핑 실태를 폭로한 캐나다 법학자 리처드 맥라렌의 보고서에 빅토르 안의 이름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IOC는 아직 해당 보도에 관해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실제로 빅토르 안에 도핑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를 통한 구제도 시간이 부족해 평창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러시아 국적으로 2014 소치올림픽에서도 3관왕에 오른 빅토르 안은 그동안 도핑 의혹에 한 번도 휘말린 적이 없어 한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 빙상 팬들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빅토르 안의 선수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국제무대를 주름 잡던 안현수는 15살 때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에 출전해 1,000m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결승에서 미국의 안톤 오노 등과 뒤엉켜 넘어지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단숨에 한국 쇼트트랙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기대에 부응해 4년 뒤 토리노 대회에선 1,000m, 1,500m, 5,000m 계주에서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따내 올림픽 전 종목 시상대에 올라 '쇼트트랙 황제'로 등극했다.

그러나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위기가 찾아왔고 세 차례 수술대에 오르고 힘겨운 재활을 거쳐 재기에 나섰으나 2009년 4월 대표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2010년 밴쿠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체까지 겪으며 시련의 시절을 보내던 그는 2011년 자신에게 손을 내민 러시아로 국적을 바꿨고 러시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아 소치올림픽 3관왕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지난해 말 IOC의 러시아 평창올림픽 출전 불허 결정으로 올림픽 출전 길이 막힐 뻔했던 빅토르 안은 러시아가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하기로 하면서 평창에서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33살의 적지 않은 나이지만 최근 유럽선수권대회 500m 은메달을 수확하며 아직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의 위기를 극복해온 빅토르 안이지만 이번 도핑 의혹은 그의 굴곡진 선수생활에서도 가장 큰 위기다.

도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면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해야 하고, CAS를 통해 무혐의로 밝혀져도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데 평창올림픽 불참의 충격을 추스르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여름 한국에서 훈련한 안현수는 "마라톤으로 치면 지금 40㎞ 지점을 지났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 쇼트트랙이지만 또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쇼트트랙"이라며 은퇴와 선수생활 연장을 두고 깊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란만장했던 선수생활의 끝을 어떻게 장식할지는 IOC와 안현수의 결정에 달렸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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