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샌드그렌 넘고 '테니스 황제' 페더러도 잡을까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4강 가면 페더러와 만날 듯
이달 초 뉴질랜드 투어 대회서 만나 정현이 2-1 승리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 고지에 오른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이 내친김에 4강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정현은 23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회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0(7-6<7-4> 7-5 7-6<7-3>)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한 정현은 24일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과 준준결승을 치른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8강은 정현-샌드그렌 경기 외에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8강에 오른 8명 가운데 세계 랭킹이 가장 낮은 정현과 샌드그렌이 맞대결을 벌이게 된 셈이다.
그만큼 정현과 샌드그렌은 이번 대회에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현은 3회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를 3-2(5-7 7-6<7-4> 2-6 6-3 6-0)로 물리쳤고, 4회전에서는 전 세계 랭킹 1위 조코비치까지 제압했다.
이에 맞서는 샌드그렌도 2회전에서 스탄 바브링카(8위·스위스)를 3-0(6-2 6-1 6-4)으로 돌려세웠고 22일에는 도미니크 팀(5위·오스트리아)을 3-2(6-2 4-6 7-6<7-4> 6-7<7-9> 6-3)로 꺾었다.
세계 랭킹 10위 이내 선수를 두 차례나 꺾으며 2회전에서 바브링카를 잡은 것이 '재수'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정현과 샌드그렌은 지난 9일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ASB클래식에서 한 차례 만나 정현이 2-1(6-3 5-7 6-3)로 승리했다.
샌드그렌은 지난 시즌까지 투어 대회보다 한 단계 낮은 챌린저 대회를 주 무대로 삼을 정도로 무명에 가까운 선수다.
메이저 대회 단식 본선에서 승리를 따낸 것도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정현보다 5살 많은 샌드그렌은 키는 188㎝로 정현과 같지만 이번 대회 매 경기 서브 에이스를 10개 이상 터뜨리며 상대를 공략하고 있다.
팀과 16강전에서는 서브 에이스 20개를 기록했다. 반면 정현은 조코비치를 상대로 서브 에이스 1개를 기록했고 8강까지 오르면서 서브 에이스 10개를 넘긴 경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샌드그렌이 '광속 서버'로 불릴 만큼 서브가 특출난 선수는 아닌 데다 정현은 최근 투어에서 손꼽히는 '서버'인 존 이스너(16위·미국),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 즈베레프 등을 모두 꺾으며 서브가 강한 선수를 요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정현이 샌드그렌을 제압하면 4강에서는 페더러-베르디흐 승자와 만난다.
페더러와 베르디흐의 상대 전적은 페더러가 19승 6패로 앞서 있고 2014년부터 최근 8연승 중이기 때문에 페더러가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정현은 아직 페더러와 맞대결한 적은 없다.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진수 JSM 테니스 아카데미 원장은 "정현도 상승세지만 샌드그렌도 그렇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경기라고 봐야 한다"며 "상대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죽기 살기로 덤벼들 것"이라고 경계심을 내보였다.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인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인 이진수 원장은 "메이저 대회 8강부터는 모든 경기가 50 대 50"이라며 "상대가 랭킹이 낮은 선수라고 해서 긴장을 늦추면 최악의 스토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달 초에 한 차례 맞대결했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하고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현과 샌드그렌의 경기는 24일 열리며 경기 시작 시간은 23일 오후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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