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법원 강력 추진한 양승태…'靑 눈치보기'로 의혹 키웠나

입력 2018-01-22 21:01
상고법원 강력 추진한 양승태…'靑 눈치보기'로 의혹 키웠나

양 前대법원장 숙원사업…'판사 동향 파악'과 연결지어 해석

일각선 '모든 의혹을 상고법원 연결짓는 것도 부자연'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판사 사찰'이라고 지목한 동향 파악 문건 중 일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와 맞물려 작성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정부와 국회 등 각계 지원이 필요했던 양승태 사법부가 내부적으로 과도한 판사 동향 파악과 '집안 단속'에 나섰고, 외부적으로는 청와대와 특정 재판에 관해 의견을 주고받는 등 '눈치 보기'에 나선 것이 의심된다는 시각이다.

22일 법원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가 2015년 2월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은 상고법원 설치에 대한 대책 차원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청와대와 국회, 언론의 동향을 파악한 이 문건 말미에는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이라고 적혀있다.

당시 상고법원 설치에 적극적이지 않거나 반대 의사를 밝혔던 청와대와 국회 등을 상대로 돌파구가 필요했고, 청와대의 경우 원 전 원장 재판에 관심을 가진 점을 활용 가능하다고 행정처가 생각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지난해 공개된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법원 지나치게 강대, 공론화 견제수단 생길 때마다 다 찾아서 길을 들이도록(상고법원, or) 다 찾아서'라며 상고법원을 통해 법원을 압박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겼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직 시절 자주 통화한 사실이 지난해 특검 수사 과정에서 파악되기도 했다. 다만 이들의 통화 시기는 원세훈 관련 문건이 작성된 시기와는 겹치지 않는다.

국제인권법연구회 핵심조직인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대응문건도 상고법원 설치를 포함해 각종 현안에 대한 법원 내부의 반대 의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고법원 설치에 부정적 견해를 가진 인사모가 대법원장의 강력한 사법행정 권한과 상고심 제도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려 하자 이를 축소 또는 연기하기 위해 무리하게 동향 파악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포털 '익명 게시판' 카페와 언론활동이 활발한 특정 판사에 대한 동향 파악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될 수 있다.

다만 사정이 이렇다 해도 모든 의혹을 상고법원과 연결짓는 것도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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