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세신사·카운터 직원 입건 "지나치다" 논란
누리꾼들 "불났는데 대피 당연"…경찰 "구호 의무 소홀로 참사 초래"
9명 숨진 부산 노래주점 화재 사고 당시 종업원 2명 유사 혐의로 실형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관련, 2층 사우나에서 일하다 불이 나자 피신한 세신사와 1층 카운터 여직원이 추가 입건된 것을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29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참사였던 만큼 경찰이 건물 관리를 소홀히 한 건물주와 관리인을 구속한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불이 나자 목숨을 건지기 위해 대피한 이들 2명까지 불구속 입건한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건물주와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세신사와 카운터 직원 역시 불이 난 당시 희생자들을 구했어야 했는데 이 의무를 저버리고 대피해 2층 사우나에서 20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게 혐의의 핵심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불길이 치솟는 판에 세신사와 카운터 직원이 산소통을 메고 건물에 들어가 이용객들을 구하기라도 했어야 했느냐"고 경찰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소방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고 골든타임마저 놓쳐버린 소방관들, 불법주차 단속 제대로 안 한 공무원들은 그냥 놔두고 왜 애꿎은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느냐"는 격한 비판까지 쏟아냈다.
경찰 역시 수사 초기 세신사와 카운터 직원이 화재 발생 원인을 제공한 것도 아니고 건물 안전관리 책임도 없다는 점에서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지를 고민해왔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손님을 대피시켜야 할 법적 구호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게을리하고 자신들만 대피했다고 결론 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참사가 난 작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 스포츠센터 1층 카운터에서 일하던 A씨는 "건물 1층 주차장 차량에 불이 났다"고 119에 신고했다.
그 후 2층으로 올라가 A씨는 세신사인 B씨에게 불이 났다고 알리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B씨도 당시 2층에 있던 이용객들에게 "대피하라"고 알린 뒤 건물을 빠져나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고 알렸다는 이들의 진술에 대한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대피하라고 알렸다는 이들의 진술이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었다는 부상자도 없다"며 "진술이 맞더라도 이 정도 수준으로는 구호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신사인 A씨는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내고 일해온 개인 사업자다. 2층 여성 사우나 이용자들이 사실상 A씨의 고객이었다는 점에서 건물주와 같은 구호조치 의무를 져야 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종업원 역시 건물주와 동등한 구호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례도 있다.
9명이 숨지고 24명이 크게 다친 2015년 5월 부산 진구 노래주점 화재 사고가 그것이다
부산지법은 그해 11월 이 노래주점 종업원들이 불이 난 사실을 알고도 손님들을 즉시 대피시키지 않았다며 한 종업원에게는 금고 2년을, 또 다른 종업원에게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경찰은 이런 판례를 근거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제천 스포츠센터의 세신사와 종업원들에게도 동일한 혐의를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 판례와 관계자 및 목격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형사 입건했다"라며 "건물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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