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왕래 신호탄' 北점검단 1박 2일 숨가쁜 일정

입력 2018-01-22 17:34
수정 2018-01-22 21:32
'평창 왕래 신호탄' 北점검단 1박 2일 숨가쁜 일정



서울-강릉 오가며 공연장 5곳 점검…언론 질문에는 '묵묵부답'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 7명은 1박 2일간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을 부지런히 돌며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현 단장 일행의 방남은 21일 본격 일정이 시작되기 전부터 주목받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직접 왕래의 신호탄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 북측 인사가 남측 땅을 밟은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의 방남은 북한의 전격적인 '중지' 통보로 하루 늦춰지는 곡절까지 겹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현 단장 일행이 2016년 2월 개성공단 중단 이후 닫혀 있었던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내려온 것도 시선을 끄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현 단장 일행은 말 그대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1일 오전 9시께 군사분계선을 넘은 이후 움직이는 곳마다 카메라가 따라붙었지만 이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강릉과 서울의 공연장 시설을 점검하는 데 주력했다.

이들은 방남 직후 서울에서 KTX를 타고 강릉으로 넘어가 두 곳의 공연장을 둘러본 후 다음 날인 22일 오전 서울로 돌아와 오후에 세 곳의 공연장을 점검하며 바쁘게 돌아다녔다.

이 중 강릉아트센터에서 2시간 반, 서울 국립극장에서 1시간 20분을 머무르며 꼼꼼하게 시설을 체크했다. 나머지 황영조기념체육관과 장충체육관 등에 10∼15분 정도만 머무른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에 따라 이 두 곳이 북한 예술단의 공연장소로 낙점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공연장 점검 과정이 취재진에 짧게나마 공개된 국립극장에서 현 단장은 조명이 어디 있는지,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지 등을 극장 관계자에게 문의하는 등 직접 점검 과정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 단장은 취재진이 여러 차례 방남 소감이나 공연장을 둘러본 느낌 등을 물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취재진에게는 방남 이틀째에야 먼저 인사하자 '안녕하십네까'라고 인사를 받은 것이 전부였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에서) 차분하게 실무 점검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여러 차례 했다"고 전했다.

현 단장은 시민들이 강릉역과 공연장 주변에서 박수를 치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큰 관심을 보일 때는 간간이 손을 들어 답례하기도 했다. 우리측 관계자에게 '강릉시민들이 따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로 다시 떠나기 위해 22일 오전 강릉역에 도착했을 때 시민들이 손을 흔들자 미소를 지으며 손인사로 응답하면서 "강릉 시민들이 이렇게 환영해주는 걸 보니, 공연을 성과적으로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공연장 5곳을 둘러보는 일정을 마무리한 현 단장 일행은 이날 오후 저녁 식사를 위해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로 향했다.

귀환 경로와는 반대방향이어서 의아하다는 반응도 일부에서 나왔는데, 워커힐호텔을 140여명 규모의 예술단 숙소로 사용 가능한지 점검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커힐호텔은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경호의 편리성 등으로 과거 북측 인사들의 방남에 숙소로 자주 활용돼왔다.

현 단장 일행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왔던 길을 되짚어 경의선 육로를 통해 귀환한다. 이들은 돌아가지만 23일 남측 선발대가 방북해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 등을 둘러보고 25일 북측 선발대가 내려와 경기장 시설 등을 둘러보는 등 남북 왕래 일정은 계속된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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