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예술단 공연장소 국립극장ㆍ강릉아트센터 유력 관측
남북 공식회의는 없어…북 귀환 후 서면으로 통보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웅 임수정 기자 =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강릉과 서울 공연장 방문 점검이 마무리되면서 공연장소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는 모습이다.
점검단이 22일 돌아본 서울의 공연시설은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 국립극장이다.
현 단장을 비롯한 점검단은 이날 잠실학생체육관과 장충체육관을 차례로 각각 15분 정도 빠르게 둘러본 반면 국립극장은 1시간 20분가량 머물면서 음향과 조명 시설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이에 따라 점검단이 국립극장을 서울 공연을 위한 최종 공연장 후보로 마음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전날 강릉에서도 점검단이 황영조기념체육관을 10분 정도 둘러본 반면 공연장으로 최종 낙점 가능성이 큰 강릉아트센터는 2시간 넘게 무대와 부대 시설까지 일일이 살피며 점검한 것과 비슷하다.
국립극장에서 북 점검단이 집중적으로 살핀 해오름극장은 2월 중 어느 때라도 공연이 가능한 상태고 강릉아트센터는 10일부터 12일까지 공연을 계획하고 있던 국립발레단과 일정 변경 협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북한 예술단 공연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의 전야제 형식으로 강릉에서 한 차례 열리고, 2~3일 뒤 서울에서 한 차례 더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 장충단로에 있는 국립극장은 서울 공연시설들 가운데 역사적으로 북한 예술단과 인연이 가장 깊다고 할 수 있다.
분단 후 남북 문화예술분야 교류의 물꼬를 튼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 때 북한 예술단의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이뤄졌고, 그 뒤 1990년 첫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성사된 남북 음악인들의 첫 합동공연인 '송년통일전통음악회' 공연도 이곳에서 열렸다.
국립극장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오페라 공연 등이 가능한 1천563석의 해오름극장을 비롯해 달오름극장(512석), 별오름극장(100여석), 돔형 공연장인 KB청소년하늘극장(732석)을 갖추고 있다.
이날 북측 점검단은 메인 무대인 해오름극장을 주로 살펴봤다.
해오름극장은 무대와 관람석 시설 일체를 현대화하는 개보수 공사를 거쳐 2004년 10월 재개관했으며, 올해 다시 리모델링을 앞두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립극장은 남북관계에서 유서가 깊은 곳인 데다 리모델링 때문에 현재 비어 있는 상태여서 평창올림픽에 맞춰 공연하기 적합하다"며 "만약 북측이 국립극장을 최종 낙점한다면 이런 남쪽 사정들까지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북한 예술단 방남 공연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 당시만 해도 북측에서 공연장 규모에 많은 관심을 보여 대형 공연장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정부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이에 따라 우리측에서도 공연장 후보지 명단에 예술공연이 가능한 체육관을 다수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점검단이 실제로 황영조기념체육관과 장충체육관, 잠실학생체육관 등을 둘러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측이 당초 대형 공연장을 염두에 둔 건 이번에 남쪽에 파견하는 삼지연관현악단이 140여 명으로 전례 없이 대규모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가운데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춤과 노래를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장충체육관은 2005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회가 열린 바 있고 4천500석 규모며, 잠실학생체육관은 7천117석 규모다.
애초 북측에 전달한 공연장 후보지 명단에는 1만7천석 규모의 고척스카이돔이 포함됐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점검단은 강릉 일정을 소화한 21일 밤까지도 서울 행선지를 협의하는 등 공연장 물색에 신중을 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점검단의 방남 기간 남북 실무진 간의 공식적인 회의 일정은 없다. 정부 안팎에선 점검단 일단 북쪽으로 돌아간 뒤 서면을 통해 공연장에 대한 의사를 통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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