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랐다가 떨어졌다가…가상화폐 널뛰기에 단톡방 '러시'

입력 2018-01-24 06:00
올랐다가 떨어졌다가…가상화폐 널뛰기에 단톡방 '러시'

'정보=돈' 인식에 개설·가입 열풍…"소수에게만 고급정보" 유료 단톡방도

투자자 "동지애 생겨"…전문가 "불안감 줄일 목적이지만 박탈감 생길 수도"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비코(비트코인) 회복인가요" "-20%에서 -15%로 오름…" "결국 오르긴 할거예요ㅜㅜ"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 아침마다 카카오톡과 텔레그램 메신저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근 다른 투자자들과 가상화폐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톡방(단톡방)에 들어가면서다.

김씨는 단톡방 2곳에서 투자 정보를 얻기도 하고 계속해서 바뀌는 가상화폐 시장 상황을 확인한다.

단톡방에선 어떤 가상화폐 코인이 떨어지고 오르는지에 대한 대화가 실시간으로 오간다.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투자자끼리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그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처지인 투자자끼리 투자 정보를 공유하고 잡담도 한다"며 "단톡방에서 서로 '언제까지 버텨야 한다'거나 '언제쯤 회복될 거다' 같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동지애까지 생겼다"고 말했다.

새해가 됐지만 가상화폐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일부 부정적인 언론 보도와 전문가 평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내일에 대한 꿈을 갖기가 힘든 20∼30대의 관심이 줄지 않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특히 가상화폐 시세가 하루에도 수차례 널뛰기를 하면서 매일 그리고 매시간 이들의 희비가 교차한다.

이러자 정책 등에 매우 민감하게 출렁이는 가상화폐 특성상 정보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톡방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24일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오픈 채팅에 '코인'을 검색하자 리딩 차트방, 리플코인 모임, 코인 공부방, 코인 정보 나눔터 등 200개가 넘는 단톡방이 떴다.

오픈 채팅은 관심사별로 대화방을 만들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이야기하다가 빠져나갈 수 있는 형태의 서비스다. 익명으로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다.

채팅방마다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들어와 가상화폐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한다.



카카오측에 따르면 오픈채팅방은 개별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여닫을 수 있어 정확한 수를 집계할 수 없다. 대신 '많이 찾는 키워드'를 통해 채팅 이용자들의 주요 관심사를 대략 파악할 수 있다.

가상화폐 열풍을 반영하듯 '많이 찾는 키워드'에도 비트코인과 같이 가상화폐들이 노출된 경우가 적지 않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오픈채팅 이용 데이터나 개인화 추천 기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많이 찾는 키워드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개인화 추천은 사용자 관심사를 분석해 그에 맞는 콘텐츠를 먼저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공개된 채팅방이 아니어서 수를 집계할 수 없지만, 다른 SNS 메신저인 라인이나 텔레그램에도 여러 가상화폐 관련 단톡방이 개설돼 운영 중이다.

일부 SNS 공간에서는 변동성에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을 겨냥한 '유료 단톡방'까지 생겼다.

소수 투자자에게만 고급 정보를 빠르게 제공한다며 회원을 모으는데,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휴대전화나 이메일 인증을 하는 등 가입 절차까지 밟아야 한다.

지난해 말 정부의 가상통화 대책 발표 수 시간 전 이미 특정 단톡방에 관련 부처 공무원이 전달한 정부 대책 보도자료 초안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던 사건은 역설적으로 고급정보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욕구를 자극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가상화폐 열풍에 비례한 단톡방 폭증 현상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불안하면 모인다"며 "단톡방에서 객관적인 투자 정보를 나누기보다는 같은 투자자끼리 모여 서로의 불안 심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 메신저 문화에 익숙한 20∼30대가 가상화폐 투자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단톡방 활성화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며 "다만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이런 단톡방에서조차 수익을 낸 투자자와 그렇지 못한 투자자가 있어 또 다른 박탈감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am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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