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 보자" 호텔·역 모여든 주민…北점검단 강릉 떠나(종합)
검은색 원피스 정장 차림의 현송월…왼쪽 가슴엔 김일성 부자 배지
"어제 공연장 어땠냐" 질문에 엷은 미소로 손 흔들기도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이종건 이재현 기자 =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2일 전날 묵었던 강릉에서 서울로 출발해 방남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다.
현 단장 일행은 이날 오전 9시 13분께 KTX 임시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간 뒤 강릉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의 공연장들을 점검할 예정이다.
앞서 현 단장 일행은 오전 8시 55분께 전날 1박을 한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을 출발했다.
호텔 앞에 대기 중인 버스에 오르기 전 "어제 공연장 둘러 봤는데 어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 단장은 엷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손들어 보였다.
현 단장은 전날 착용했던 어두운색 롱코트와 모피 목도리에 앵클부츠를 다시 신고 이동했다.
강릉역에 도착한 현 단장 일행은 경찰 경비 병력이 2열로 도열해 만든 경찰 통제선(폴리스라인)을 지나 플랫폼을 거쳐 서울행 KTX에 올랐다.
이날도 강릉역 주변에는 200여명 시민과 열차이용객이 찾아와 현 단장 등 점검단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여전히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명수(32) 씨는 "업무 때문에 서울 가려고 역에 나왔다가 점검단 떠나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응원단 공연단 파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이미 확정된 만큼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남 첫날인 지난 21일 낮 12시 46분 강릉역 도착 후 오후 6시 15분까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현 단장 일행은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 호텔 19층 VIP 룸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경찰은 순찰차를 비롯한 2인 1조 경비 병력을 배치해 밤새 호텔 외곽 경비를 펼쳤다.
현 단장은 이날 오전 8시께 호텔 1층 레스토랑 원에서 조식 때는 검은색 원피스 정장을 착용했다.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새겨진 배지를 달았다.
전날 착용한 앵클부츠와 달리 하이힐에 핸드백으로 멋을 내기도 했다.
레스토랑 입구에서는 정부 측 관계자가 일반 투숙객과 칸막이로 분리된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현 단장 일행을 안내했다. 조식은 황태해장국으로 알려졌다.
또 호텔 밖에서 레스토랑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를 내려놓기도 했다.
전날 현 단장 일행의 방문에 도시 전체가 들썩거린 강릉은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점검단을 보려는 시민들이 호텔과 강릉역에 몰려와 큰 관심을 보였다.
일부 주민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블라인드가 내려진 창틈 사이로 현 단장의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경화(52·여·강릉시)씨는 "역사적인 순간에 직접 와서 보니 흥분이 된다"며 "강릉역까지 따라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첫날 일정에서 현 단장 일행은 강릉시민의 환영과 강릉 아트센터공연 시설에 대체로 만족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아트센터 점검 과정에서 현 단장과 만난 최성일 강릉시 올림픽대회 추진단장은 "현 단장이 시설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보였다"며 "자신을 비롯한 점검단 환영과 관련해 '강릉시민들이 따뜻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릉 아트센터에서는 2시간 30분가량 머물면서 음향부터 의상실까지 꼼꼼하게 점검했다. 반면 황영조 기념 체육관에서는 10분 정도밖에 머물지 않았다.
이에 따라 북측이 강릉 공연 장소로 강릉 아트센터를 사실상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한 예술단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강릉에서 1차례씩 공연하기로 돼 있다.
j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