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가 태권도 '근육맨', 1년 여정 끝에 평창행 티켓 획득
2016년 리우 올림픽 개회식서 상의 탈의하고 등장해 주목
동계올림픽 출전 목표로 1년 동안 크로스컨트리 대회 출전
통가 출신으로는 두 번째 동계올림픽 출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통가의 태권도 선수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35)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타우파토푸아는 20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이사피에르뒤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FIS컵 크로스컨트리 남자 10㎞ 프리 종목에서 34분56초6에 골인해 6위에 올랐다.
순위나 기록은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천신만고 끝에 이 대회에 참가해 FIS 포인트를 얻은 덕분에 평창행 티켓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주관방송사 NBC와 인터뷰에서 "내게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경기였다.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NBC는 "아이슬란드는 그의 고향에서 9천 마일(1만4천484㎞) 떨어진 곳이다. 타우파토푸아는 콜롬비아, 터키, 폴란드, 아르메니아에 아이슬란드까지 오가며 경기에 출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고 전했다.
타우파토푸아는 리우올림픽 태권도 경기 첫 판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개회식에서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리우올림픽을 상징하는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2016년 말 스키선수로 변신해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선언했다.
크로스컨트리는 체력이 뒷받침한다면 동계 종목에 익숙하지 않은 국가에서 올림픽에 출전하기 비교적 쉬운 편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을 때 이야기다.
타우파토푸아는 항공권과 코치 선임을 위해 모은 돈을 다 써버렸고, 여기에 3만 달러(약 3천200만원)의 빚을 졌다.
그는 개인 모금까지 진행하면서 올림픽의 꿈을 이어갔다.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타우파토푸아는 데뷔전이었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6명 가운데 153위에 그쳤다.
여름에는 콜롬비아에서 열린 롤러 스키대회에 출전하면서 FIS 포인트를 쌓았고, 이번 겨울에는 터키부터 대장정을 시작했다.
타우파토푸아는 출전하는 대회마다 탈꼴찌에 성공하면서 가능성을 키웠다. 2018년으로 해가 바뀐 뒤에는 터키와 폴란드, 아르메니아, 크로아티아 등 대회가 열리는 곳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전을 강행했다.
워낙 이동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돌발 상황도 적지 않았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아르메니아에서는 택시만 6시간을 탔고, 눈보라에 갇혀 3일 동안 꼼짝 못 하기도 했다.
타우파토푸아는 크로스컨트리를 선택한 이유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운 종목을 선택했다. 1년 이내에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야 할 상황이었고, 우리는 그것을 해냈다"고 말했다.
태평양 한가운데 섬나라인 통가는 올림픽 경험이 많지 않은 국가다.
하계올림픽에서는 총 9번의 대회에 참가해 은메달 1개만을 땄다. 동계올림픽에서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야 처음으로 선수를 파견했다.
소치에서는 푸아헤아 세미라는 본명 대신 독일의 속옷 회사 이름인 브루로 바나니로 개명한 루지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통가를 대표해 동계올림픽에 나섰다.
타우파토푸아가 여정을 평창에서 무사히 마친다면, 그는 통가 역사상 두 번째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가 된다.
그가 리우에서 보여준 '반짝이는 근육질의 상체'는 혹한이 몰아칠 평창 개회식에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타우파토푸아는 "사람들은 깃발을 들고 반짝반짝 빛나던 남자만 기억하지, 뒤따르는 노력은 보지 못했다"면서 "한 번에 한 걸음만 내디딜 것이다. 당장은 (올림픽 출전권 획들을) 즐기고 싶다"며 언급을 피했다.
역대 하계·동계 올림픽에서 모두 메달을 딴 사람은 5명이다.
가장 최근에는 로린 윌리엄스(미국)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육상 400m 계주에서 금메달, 2014년 소치 올림픽 봅슬레이 2인승 은메달을 획득했다.
현실적으로 타우파토푸아가 이들처럼 '동시 메달'을 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출전권을 얻은 그의 땀방울은 진정한 올림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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