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과 한 열차에"…北점검단 KTX 탄 시민들 '당황' '신기'

입력 2018-01-21 13:52
"북한사람과 한 열차에"…北점검단 KTX 탄 시민들 '당황' '신기'

서울→강릉행 KTX 7·8호차 점검단 탑승…일반승객 1∼5호차 탑승





(서울·강릉=연합뉴스) 최평천 기자 = "북한 사람이랑 한 열차에 타다니 내 평생 이런 일이 또 있겠습니까. 신기하네요."

21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하 점검단)이 KTX를 타고 서울에서 강릉으로 이동하면서 1시간 55분의 짧은 '남한 기차 여행'을 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서울역에서 출발한 KTX는 북측 점검단을 위해 갑자기 특별 편성됐지만, 일반 시민들도 탑승이 가능해 점검단 일행과 일반 시민이 한 열차에 타는 색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점검단과 정부 관계자들이 탑승한 7호차와 8호차는 출입이 통제돼 접근이 원천 차단됐지만, 시민들은 바로 앞칸에 북측 점검단이 탄 것만으로도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6호차에는 취재진 10여명이 탑승해 점검단 등이 탄 7호차를 취재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일반 시민 대다수는 1∼5호차에 탑승했고, 갑작스러운 열차 편성에 승객이 많지는 않았다. 강릉행 KTX 플랫폼은 평소 14번이었지만 이날 특별편성 열차 플랫폼은 4번이었다.

강릉시민인 최모(57)씨는 "타고나서야 점검단이 우리 열차에 탔다는 것을 들었다. 당황스럽고 웃기면서도 설렌다"며 "평창올림픽을 함께 잘해서 남북한이 화해하고 통일이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28·여)씨는 "북한 사람들이랑 같이 열차 탄 것 자체가 좀 무섭다"며 "서울역에 가면서 점검단이 강릉 간다는 뉴스는 봤는데 내가 탄 열차에 탈지는 몰랐다"고 당황해했다.

김모(58)씨는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북한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함께 미래로 나아가야 할 민족으로서 북한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과는 별개로 핵 개발을 용납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강릉으로 여행을 간다는 최모(59)씨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한다니 만감이 교차한다. 개인적으로 반가운 것을 떠나서 올림픽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단,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통일이라는 숙제를 풀 수 있도록 대화의 장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량리역에서 열차에 탑승한 김모(60)씨는 "열차표를 급하게 구해 타려는데 어디 플랫폼인지 전광판에 나오지 않아서 놓칠 뻔했다"며 "갑자기 열차가 편성됐으면 시민들에게 안내도 신속히 해야 했다"고 말했다.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 안은 출발 직전 취재진과 시민들이 뒤엉켜 혼잡했던 서울역 모습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다. 승무원들도 검표하지 않을 만큼 열차 안은 평온한 상태였다.

승무원이 물을 나눠주러 7호차에 들어갔지만, 현 단장 등이 있는 8호차 안에는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 12시 45분께 KTX가 강릉역에 도착하자 점검단은 열차 바로 앞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곧장 강릉역 출구로 향했다. 철도경찰은 7호차와 8호차가 내리는 승강장을 막아 기차에서 내리는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강릉역에 도착해 버스를 타려는 점검단 일행을 향해 한 시민이 "이뻐요"하고 외치자 현송월은 미소 지으며 뒤돌아보며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점검단은 이날 오전 9시께 경의선 육로를 통해 경기 파주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내려온 뒤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강릉에 도착한 점검단은 약 1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릉아트센터를 둘러보고 다음 날 서울로 돌아와 일부 공연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p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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