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쿠르드 지역서 철수' 부인…공격 준비 터키 '난감'

입력 2018-01-20 18:04
러시아, '쿠르드 지역서 철수' 부인…공격 준비 터키 '난감'

러시아 외교 "부인된 내용"…터키군, 아프린 쿠르드민병대 연이틀 포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러시아가 터키군의 공격 위협 아래 놓인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에서 병력 철수를 시작했다는 보도를 사실상 부인했다.

이 지역 쿠르드 민병대 소탕작전을 선언한 터키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9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군이 시리아 아프린에서 철수를 시작했다'는 터키 관영 매체의 보도에 관해, "부인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그러나 부인 주체가 누구인지 등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날 누레틴 자니클리 터키 국방장관은 아하베르TV에 출연해 "이제 군사작전을 돌이킬 수 없다"면서 "아프린 작전이 사실상 시작됐다"고 말했다.

터키군은 20일, 아프린의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이틀째 포격했다고 발표했다.

YPG도 국경 너머 터키군을 향해 포격했다고 터키군은 설명했다.



아프린은 시리아 북서부의 쿠르드 지역으로 YPG 규모는 8천∼1만명으로 추정된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의 파트너지만,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연계된 테러조직으로 본다.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YPG를 최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며, 그동안 여러 차례 아프린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최근 미국이 시리아에서 쿠르드를 중심으로 '국경 병력'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공개되자 터키는 아프린 작전에 나섰다.

터키가 시리아 북부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전개하려면 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러시아는 이 지역 제공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휴전 감시 명분으로 병력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철수를 시작했다는 터키 관영 매체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러시아가 터키의 아프린 작전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라브로프 장관은 "그 보도는 부인됐다"며 모호하게 답변했다.



아랍권 매체는 러시아가 터키의 위신을 깎지 않는 선에서 군사작전을 용인하되, 쿠르드에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터키군의 군사작전에 전면 동의한다면 시리아 쿠르드 전체가 미국에 완전히 기울게 된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정세 평론가 바르잔 이소는 아랍 매체 알모니터에 "러시아의 목표는 터키군의 위협으로부터 아프린을 보호해 주는 대가로 자원이 풍부한 (유프라테스강 동편의) 데이르에조르 일대 영토 일부를 YPG로부터 얻어내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터키가 공습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군사작전을 강행한다면 큰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아프린에는 YPG 병력 외에 주민 80만명이 산다.

미국은 터키군의 아프린 작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아프린의 YPG를 지원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에이드리언 랭컨-갤러웨이 소령은 이달 16일 터키 아나돌루통신에, "미국이 시리아에서 하는 일은 IS 격퇴전으로, 아프린의 쿠르드 민병대를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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