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미 외교관… '거지소굴' 등 트럼프 트윗 해명에 진땀

입력 2018-01-20 17:03
수정 2018-01-20 17:29
'극한직업' 미 외교관… '거지소굴' 등 트럼프 트윗 해명에 진땀

우아한 식사하던 선택된 직업은 옛말…"더는 못해" 사직서 제출도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최근 존 필리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더는 봉사할 수 없다"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데이비드 헤일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는 새해부터 파키스탄 외교부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해 첫 트위터 글에서 테러리스트의 피난처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에 원조를 끊겠다고 압박하자 파키스탄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에는 백악관에서 이민문제 해법을 논의하던 중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가 왜 '거지소굴(shithole)' 같은 나라들에서 이 모든 사람이 여기에 오도록 받아줘야 하느냐"고 말해 엄청난 비판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자 역대 공화당과 민주당 정부에서 아프리카 주재 대사를 지낸 78명의 전직 외교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그동안 하얀 식탁보 위에서 우아한 식사를 하고, 가정부가 세탁물을 처리하고, 운전기사가 중요한 미팅과 파티에 데려다주는 미국 외교관은 아주 좋은 직업 중 하나였지만 더는 그렇지 않게 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국무부의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외교관들의 신뢰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동안 전 세계 미국대사관 168곳의 3분의 2가량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대사가 임명됐다.

예를 들어 미국 외교정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리 중 하나인 영국 대사에는 미국 내셔널풋볼리그(NFL) 뉴욕 제츠의 구단주 우디 존슨이 임명됐는데, 그는 공화당의 거물 후원자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를 도왔다.

그러나 존슨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특별한 관계'로 표현되는 양국 관계에 불을 지르는 트윗을 여러 차례 날리면서 영국 외교부에 이를 해명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미시건 하원의원 출신으로 최근 네덜란드 대사에 임명된 피터 훅스트라는 지난 2015년 무슬림을 비하하는듯한 발언으로 인해 부임하자마자 네덜란드 언론으로부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NYT는 외교관들이 재임 중인 대통령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처럼 국무부 전체에 불행한 기운이 만연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적어도 353명의 외교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이 사임했으며 수백 명이 추가로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 발언뿐만 아니라 틸러슨 국무장관 역시 직업 외교관들의 불평 대상이 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국무부 전문가들과 얘기하기보다는 소수의 간부에 둘러싸여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등의 행동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지명 당시만 해도 국무부 내부에서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편한 관계 등으로 사임될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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