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비용에 등골 휘는 민주콩고 서민

입력 2018-01-20 17:14
장례식 비용에 등골 휘는 민주콩고 서민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아프리카 중부에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에서는 가족 구성원이 사망하면 유족들이 큰 비용을 치르며 고통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에서는 최근 발생한 홍수와 콜레라, 정치불안 사태 등으로 사망한 가족을 떠나보내는 장례식 행렬과 마주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

대부분 유족에게는 그러나 망자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비용이 일반 근로자의 연봉을 초과할 정도로 커다란 부담이 된다고 AF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안실 사용과 빈소 마련 비용, 그리고 장례식 비용에 더해 조문객 음식 접대와 지방에서 방문하는 친지들을 대접하는 일에 들어가는 비용이 미화 2천500달러를 웃돌고 있다.

물론 문상객들과 친지들이 내는 조의금이 다소나마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킨샤사에서 슈퍼마켓 종업원의 월급은 100~150달러(한화 10만7천~16만 원)선이며 일반 공무원은 평균 200달러(21만4천원) 내외의 봉급을 받는다.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인 조즈 파타키의 유족은 작년 말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그가 숨졌을 때 큰 부담감에 사로잡혔다.

고인의 조카인 에릭 파타키 변호사는 친지들이 십시일반으로 620달러(66만 원)를 모아 시신을 염하고 구민회관 옆에 텐트를 설치해 빈소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바로 옆 빈소에서 질병으로 숨진 여동생 줄리의 영정을 마주하고 앉은 마르틴 무징가는 빈소를 마련하기 위해 구민회관에 520달러(56만 원)를 지불했다고 밝혔다.

인구 1천만 명의 킨샤사에서 하루 수백 건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는 만큼 해당 관청은 조문 장소 대여를 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해당 관청의 재정을 감독하는 기 마톤도 청장은 "킨샤사에 등록된 공립회관만 800개 이상"이라며 "이들 회관은 결혼식, 콘서트, 그리고 각종 회의 장소로도 임차 수요가 많다"라고 전했다.

전직 공무원인 브느와 쿨루베는 최근 콜레라로 17세의 나이에 요절한 아들의 시신을 영안실에 보관하는 데만 100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가난한 서민들은 시신을 안치하고서 매일매일 불어나는 영안실 비용과 장례식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유럽에 거주하는 친지들에게까지 연락해 필사적으로 돈을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쿨루베는 시신 방부처리에 50달러(5만3천 원)의 추가비용이 들었으며 수의를 구매하는 비용도 추가로 지불했다고 밝혔다.

관은 가장 싼 종류가 250달러(26만7천 원) 정도이며 고급 재질의 관은 1천 달러(107만 원)를 넘어선다.

이 밖에 시신 운구 비용에다 묘지 구매비용에 150달러, 땅을 파는 인부 인건비 100달러 등 500달러(53만4천 원)가 추가로 든다고 쿨루베는 덧붙였다.

장례식장에는 또 고인의 친구를 가장해 음식과 술을 대접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유족들이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서구 사회에서는 최근 장례식장이 환경친화적이며 값싼 재질의 관을 제공하고 간소한 의식을 치르는 저렴한 장례 비용을 제시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사회역사학자인 자차리 바바바스웨는 "당장 의료비를 지불하기보다 근사한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돈을 모으는 민주콩고에서 서구식 장례식은 아직 갈 길이 멀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많은 콩고인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겠지만 우선 시신 화장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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