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햇볕 실종사건'…한달 해뜬 시간 10시간반

입력 2018-01-20 13:59
유럽서 '햇볕 실종사건'…한달 해뜬 시간 10시간반

전문가들 "계절성 정서장애, 우울증 등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졸리고, 몸은 찌뿌둥하고, 기분은 우울하고…'

올겨울 북유럽 및 서유럽 지역에서 햇빛이 실종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저기압으로 인한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어두운 겨울이 지속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해가 뜬 시간은 10시간 31분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릴 지방은 올해 1월 보름 동안 고작 2시간 42분만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 북쪽의 지역 신문인 '라 부아 뒤 노르(La Voix du Nord)'는 올겨울 기록적으로 적은 일조량을 기록한 것을 빗대 "태양이 납치됐다. 아직 살아있다는 신호가 없다"고 표현했다.

벨기에 왕립 기상청은 2017년 12월 일조량이 10.5시간에 그쳐 1887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이후 '두 번째로 어두웠던 달'이라고 밝혔다. 가장 어두웠던 달은 한 달 동안 9.3시간의 일조량을 보인 1934년이었다.

월평균 48시간가량 햇살이 비췄던 프랑스 북쪽의 한 지역은 올해 12월 일조량이 26시간에 그쳤다.

프랑스 기상청은 릴 지역에서 올해 1월 1∼13일 2.7시간가량 해가 떴는데, 통상 1월 평균 일조량은 61.4시간이었다.

심지어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프랑스 남부 보르도와 마르세유의 1월 보름간 일조량은 10.3시간과 26.9시간에 그쳐 월평균인 96시간과 92.5시간에 턱없이 모자랐다.



전문가들은 일조량이 부족할 경우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쉽게 졸리는 것은 물론, 달거나 살이 찌는 음식이 당기는 등 계절성 정서장애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브뤼셀 에라스무스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마티외 에잉은 "아침 햇살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잠이 잘 오는 것은 물론, 몸을 활기차게 하는 호르몬 분비를 돕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릴에서 마사지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플로랑 뒤랑은 "빛이 부족하면 사람들은 쉽게 늘어지고 피곤하면서 계절성 우울증(SAD)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은 그러나 북유럽과 서유럽 사람들은 러시아 모스크바 주민들보다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모스크바는 지난해 12월 한 달간 햇볕을 쬔 시간이 겨우 6분에 불과했다면서 이는 월 일조량이 3시간에 그쳤던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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