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코인지갑 없는 가상화폐 거래…투자자 우려

입력 2018-01-22 06:31
수정 2018-01-22 08:27
업비트, 코인지갑 없는 가상화폐 거래…투자자 우려

코인지갑 제공 가상화폐 16종 불과…거래 불투명성·각종 불편 지적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세계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소 1위에 오른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업비트에서 제공하는 코인지갑의 종류가 이곳에서 거래 가능한 가상화폐 종류에 비교해 턱없이 부족해 거래의 불투명성이 지적되고 있다.

다른 거래소에서 취급하지 않은 소위 '잡코인' 거래가 활발해 투기세력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에서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의 종류는 120여개에 달하지만 업비트가 제공하는 코인지갑은 16종에 불과하다.

코인지갑은 해당 가상화폐를 전자적으로 보관할 수 있는 지갑을 뜻한다. 가상화폐별로 지갑이 별도로 존재한다.

통상 거래소에서 특정 가상화폐를 사면 해당 가상화폐를 거래소가 제공하는 해당 가상화폐 코인지갑에 보관한다.

투자자는 자신의 코인지갑에 보관 중인 가상화폐를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지갑으로 옮기거나 원화로 출금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코인지갑이 없으면 투자자가 가상화폐의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거래소가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하지 않고 '장부상 거래'를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특정 거래소를 지칭하지 않았지만 이달 8일 가상화폐 거래소를 직접 조사에 나서겠다고 하면서 "취급업소(거래소)가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했는지도 들여다보겠다"며 말한 바 있다.



코인지갑이 없으면 해당 가상화폐 거래가 그 거래소로만 제한된다는 단점도 있다. 해당 가상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옮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코인지갑이 없는 'X'라는 가상화폐를 업비트에서 거래할 경우 X를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에 내다 팔 수가 없어 업비트에서만 거래해야 한다.

X는 제한된 공간에서만 매매가 돼 이른바 '작전세력'이 시세조종을 할 가능성도 커진다.

투자자들이 업비트에서 코인지갑이 없는 일부 가상화폐가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고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중 수수료 문제도 발생한다.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화폐는 코인지갑이 있는 가상화폐로 환전하고서 다시 원화로 출금해야 해서다.

이는 업비트가 일부 가상화폐에 대해서만 원화 기반 거래를 제공하는 점과도 맞물린다.

업비트에서 원화로 살 수 있는 가상화폐는 30여종에 그치고, 나머지 80여종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사야 한다.

예를 들어 시아코인이라는 가상화폐를 업비트에서 사려면 일단 비트코인을 사고, 이 비트코인으로 시아코인을 사야 한다.

수수료는 원화로 비트코인을 살 때 거래대금의 0.139%(이벤트 수수료 기준으로는 0.05%)가 부과되고, 비트코인으로 시아코인을 살 때 또 0.25%가 붙는다. 둘을 더하면 0.389%가 된다.

다른 대형 국내 거래소의 수수료가 0.15%(이벤트 수수료 기준 0.04%)인 것과 비교하면 수수료 수준이 높은 편이다.



다른 거래소에서 잘 매매가 되지 않는 잡코인이 업비트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점도 작전세력의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를 키운다.

가상화폐 정보제공 업체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9일 기준으로 업비트에서 거래가 세번째로 많은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은 나머지 상위 10개 거래소에서는 거래량 순위가 10위 안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의 전 세계 거래 중 94%가량이 업비트에서 이뤄졌다.

머큐리라는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거래량의 92%가 업비트에서 발생했다.

업비트 측은 "코인지갑이 없는 가상화폐도 회원 계정별로 거래소가 보유하고 있다"며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돼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코인지갑을 순차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투자자들은 걱정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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