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찾은 교황 "지구는 동거주택…하느님이 보호하라 위탁"(종합)
원주민 만나 대기업 난개발 우려…"소비지상주의 탐욕 경계하라"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김아람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9일(현지시간) 인간의 탐욕과 개발로부터 아마존을 보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A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페루 아마존 밀림 인근 푸에르토말도나도 시를 방문해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아마존이 생태계의 보고일뿐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문화적 보호 구역"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아마존 원주민 수천 명이 교황을 보기 위해 푸에르토말도나도를 찾았다. 아마존 원주민 전통 복장을 한 남성, 여성, 어린이들이 미사가 열린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교황은 이들에게 "대기업과 소비지상주의적 탐욕이 전 인류에게 중요한 자연 서식지를 파괴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푸에르토말도나도는 불법 금광과 인신매매 등의 범죄가 만연한 도시다.
그는 "아마존 원주민들이 지금처럼 자신들의 땅에서 이렇게 위협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원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석유, 가스, 목재, 금 등을 찾기 위한 대기업의 이익에 의해 압력이 가해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아마존은 (가톨릭) 교회의 심장"이라면서 "우리는 깊은 상처를 받은 원주민들이 생명, 지구,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진심 어린 방안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정부와 다른 기관들이 아마존 개발과 보호 문제를 논의할 때 원주민들을 정당한 파트너로 대우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마존 원주민들에게 "여러분은 우리가 함께 사는 주택을 보호하라고 하느님이 우리 모두에게 위탁한 임무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취임 이후 꾸준하게 환경보호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온 교황은 불법 벌목과 광산으로 지구의 허파이자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아마존 밀림이 훼손되는 현실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렸다.
미사에 참석한 아마존 원주민인 엑토르 수에요는 "그들(외부인들)은 우리의 영토에 아무런 상의 없이 들어왔다"면서 "우리는 외부인들이 뚫어 놓은 구멍과 강 오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이 아마존 지역을 방문하는 것은 1985년 요한 바오로 2세가 페루 북부에 있는 이키토스를 방문한 이후 두 번째다.
아마존 밀림 파괴 문제는 내년 10월에 열리는 세계 주교 회의에서 중심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교황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을 회동한 자리에서는 부패를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강력한 부패 퇴치를 촉구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로 최근 탄핵 위기를 맞기도 했다.
교황은 "사회적 재앙"인 부패를 막으려면 "공공단체, 민간 분야, 시민 사회, 교회의 더 큰 투명성 문화가 필요하다"며 모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앞서 남미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도 부패를 규탄했으나, 쿠친스키 대통령처럼 부패 스캔들에 휘말린 지도자 옆에서 이를 언급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4일간의 칠레 방문을 마치고 전날 페루에 도착한 교황은 지난해 홍수와 산사태로 100여 명이 숨지고, 다수의 이재민이 발생한 트루히요 등을 방문한 뒤 오는 21일 페루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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