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기회 달라" 전교생 5명 산골학교 폐교 주민들이 막았다

입력 2018-01-19 16:14
수정 2018-01-19 16:24
"회생기회 달라" 전교생 5명 산골학교 폐교 주민들이 막았다

학부모 8명 중 6명 찬성해 폐교한 뒤 본교와 통합 추진

주민들 "지역 황폐화, 기회 달라" 청원…교육위 유지 결정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전교생이 5명뿐인 충북 단양군 가곡초등학교 보발분교의 폐교가 없던 일이 됐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9일 보발분교를 폐교하고, 가곡초와 통합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부결 처리했다.



오는 3월 1일자로 폐교 예정이었던 보발분교는 주민들의 뜻대로 학교를 계속 유지하게 됐다.

단양교육지원청은 보발분교 6학년 학생 2명의 졸업으로 전교생이 5명으로 줄게 되자 정상적인 교육 과정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본교인 가곡초등학교와 통합을 추진했다.

학생 수가 적은 탓에 복식 학급 운영, 순회교사 배치, 모둠 수업·체육 활동 차질 등 문제가 적지 않아서다.

2명이 최근 졸업하면서 현재 보발분교 학생은 3학년 2명, 4학년 2명, 5학년 1명만 남았다. 1학년과 2학년생은 없다. 취학 대상 신입생이 없어 올해 입학식을 못한다.

교사 4명(복식 강사 1명)에 기능직원, 급식 직원 등 교직원이 6명이어서 학생보다 많다보니 비효율적인 면도 부각됐다.

단양교육청은 작년 11월 이장과 주민, 동문회를 대상으로 학교 통폐합 설명회를 했다.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당시 전체 학부모 8가구 중 75%(6가구)의 찬성을 얻어 본교와의 통합을 결정했다. 도교육청은 학부모 찬성률이 60%를 넘을 때 통폐합을 추진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으면 마을이 황폐화된다"고 반대했다.

주민들은 "학교와 마을을 회생시킬 기회를 달라"고 간청했다. 보발분교 보존 대책위원회를 꾸려 폐지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대책위는 도의회에 보낸 청원에서 "학교는 농산촌 지역 문화와 귀농·귀촌 환경에 절대 필요하다"며 "폐교를 하면 지역이 빠르게 황폐해지는 만큼 보발분교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와 단양군의 산촌유학센터 지원 사업 승인을 받은 것과 함께 임시 주거공간 마련, 땅 1평 기부 운동 등 귀농 귀촌자 유치를 통해 학교를 살려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대책위는 보발분교 보전을 위한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였고, 여기에 4천500명이 호응했다.

이런 노력이 도의회 교육위를 움직였다. 효율성만 따진다면 통폐합이 맞을 수 있지만 마을 공동체를 위해 미니학교를 존속해야 한다는 데 도의원들의 뜻이 모아졌다.

jc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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