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1인 운영 점포 늘어…최저임금 여파 약자층 눈물

입력 2018-01-18 11:48
백화점 1인 운영 점포 늘어…최저임금 여파 약자층 눈물

울산 백화점 알바, 장애인·고령 아파트 경비원 등 줄해고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조선업 불황에다 최저임금 인상이 겹친 올해 울산에서 백화점 아르바이트 직원, 장애인과 고령의 아파트 경비원 등 사회 최약자층이 해고 등 후폭풍을 맞고 있다.

조선업 장기불황에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백화점 등 지역 유통업계에서 약자층인 아르바이트 직원의 일자리가 끊기고 있다.

장사가 안되는 데다 최저임금 부담까지 안게 된 점주들이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을 꺼리기 때문이다.

백화점에서는 점주 혼자 근무하며 물건을 파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점주가 점심을 먹기 위해 매장을 비우는 시간에는 백화점 직원들이 매장 2∼3곳을 관리하는 해프닝도 일어나고 있다.

한 점주는 "20년 넘게 백화점에서 일했는데 직원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고 혼자 일하기는 처음"이라며 "장사가 되지 않아 직원 임금을 줄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소도 급속히 늘고 있다.

18일 현재 울산의 주유소 252개 중 43.7%인 110개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셀프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4년 전인 2014년 345곳 중 18.6%인 64곳이 셀프인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사이 폐업한 주유소는 27%인 93곳이나 된다.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불황이 이어지고 주유소별 유가 공개로 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마진이 거의 없어 직원을 고용하기 어렵다"며 "셀프로 전환한 뒤 낮에는 내가, 밤에는 가족들이 돌아가며 주유소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대학도 최저임금으로 인한 고용 갈등을 겪고 있다.

울산의 한 대학 청소노동자들은 최근 "대학과 용역업체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없애려고 휴일에 정규직 청소노동자 대신 아르바이트 직원 고용을 추진하는 등 근무시간 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 중 보호받아야 할 장애인과 고령의 노인 일자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울산의 공동주택 관리업체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150가구 이상 아파트 400여 곳에서 일하는 4천500여 명의 경비원과 미화원 중 장애인 50여 명과 70대 노인 260∼270명이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잃었다.

일부 아파트 자치회는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몸이 불편하거나 거동이 빠르지 않은 사람을 계속 고용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울산대 사회과학부 이재기 교수는 "정부가 약자를 보호한다는 선의로 최저임금을 인상했으나 업종별 지급 능력이나 지역별 수준 차이를 고려하지 않아 일부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일자리 경직이 더 큰 문제로 보여 이에 대한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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