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제재가 북한에 타격주기 시작…협상으로 이끌 것"(종합)
"김정은 '대화 원한다'고 말해야…남북 관계회복 지지한다"
군사 압박도 병행…매티스 "외교노력 실패 대비, 대북 전쟁계획 준비해 놔"
(워싱턴·서울=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연숙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며 결국 북한을 핵·미사일 협상 테이블로 이끌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대북 제재와 압박에 중국이 협력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AP통신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당국의 정보와 탈북자로부터 일화 등을 인용, "제재가 북한에 정말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는 많은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한국과 대화할 의지를 갖게 된 것은 제재의 고통 때문이라고 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틸러슨 장관은 또 일본으로부터 전해 들은 북한 어선 관련 정보도 언급했다.
최근 100여 척의 북한 어선들이 일본 해안에 떠내려왔으며, 배에 타고 있던 어민 3분의 2가량이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그는 북한 어선들이 식량이 부족해 돌아가기에도 불충분한 연료만 갖고 겨울철에 고기잡이에 나선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관련, 틸러슨 장관은 "대북 제재에 있어 지금과 같은 중국의 지지를 얻었던 적은 없었다"며 "러시아는 조금 다른 문제지만, 중국인들은 북한인들을 엄격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이 한반도기를 앞세워 공동입장한다는 발표에 대해 "남북 간 관계회복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한국과 미국 사이를 이간질하려 한 전력이 있지만 이러한 '매력공세'에도 미국은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은 핵·미사일로 긴장이 고조된 이후 '서먹한 분위기를 깨기 위한' 초기 노력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미 대화에 대한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화를 원한다고 말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그가 대화를 원한다면 나에게 다가오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가 대화를 원한다고 말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를 재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이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및 안정에 관한 밴쿠버 외교장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는 대화할 때"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처럼 미 정부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노력을 강조하는 동시에 군사 옵션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북한을 간접 압박하고 나섰다.
밴쿠버 회의에 참석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15일 열린 환영 만찬에서 "미국은 이미 외교적 노력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해 북한과의 전쟁계획을 준비해놨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밴쿠버 회의 참가국의 한 소식통을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매티스 장관은 또 당시 참석자들에게 "(외교장관 회의인) 밴쿠버 회의가 잘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국방장관들의 회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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