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조원 규모 신공항 프로젝트 '포기' 선언

입력 2018-01-18 01:02
프랑스, 1조원 규모 신공항 프로젝트 '포기' 선언

주민들 찬반 갈려 첨예 대립…환경단체, 2008년부터 공항부지 점거

인근의 기존 공항 확장하기로 최종 결정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대서양 연안의 서부 지역에 대규모 신(新) 공항을 건설하려던 계획의 중단을 선언했다.

프랑스 정부는 환경단체 및 주민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신공항 프로젝트를 철회하는 대신 기존공항을 확장 개보수하기로 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그동안 서부 낭트 인근의 노트르담데랑드에 건설을 추진해온 신공항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가 이 문제에 관해 명확하고 단호한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면서 "제반 여건과 상황이 신공항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할만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 프랑스 정부는 찬반 양측의 의견을 중재해온 위원회가 제안한 대로 인근 낭트 아틀랑티크 공항의 활주로를 보강하는 등 확장 개보수를 대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가 7억3천만 유로(9천500억원 상당) 규모의 대형 신공항 프로젝트의 포기를 선언한 것은 이 문제로 인한 주민들 간 갈등이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60년 처음 나온 노트르담데랑드 신공항 건설 아이디어는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으나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면서 표류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의 전임자인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재직 때에는 신공항 프로젝트와 관련해 정부가 결단을 내리지 않고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 양측으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항 찬성파 주민들은 신공항이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낭트 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공해 피해도 줄일 것이라며 정부에 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계속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 반대파는 신공항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2008년 공항부지를 점거한 뒤 유기농 식물농장과 정치토론을 위한 공간을 설치하고 반핵운동의 전진기지로 삼는 등 반대투쟁을 벌여왔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 공항부지에 세워진 불법 시설에 대해 대대적인 철거에 나섰지만 강한 반발에 직면해 실패했다.

결국 프랑스 정부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중재 노력 끝에 정책적 필요와 경제 논리보다는 환경보호와 주민갈등 해소라는 대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필리프 총리는 이날 공항 건설 프로젝트의 포기를 선언하면서 공항부지를 점거한 단체와 주민들에게 봄이 오기 전까지 땅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 병력을 최대 2천 명을 동원해 철거에 나설 방침이지만, 부지를 오랜 기간 점거해온 단체 중 일부는 '공항 건설이 중단돼도 나가지 않겠다'며 맞서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 결정에 대해 조아나 롤랑 낭트시장은 "주민투표 결과를 뒤엎는 비민주적 처사이자 주민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비난했다. 2016년 진행된 주민투표에서는 투표자의 55%가 신공항 건설에 찬성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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