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거래소, '블록체인'으로 주가 띄우는 기업 처벌한다

입력 2018-01-17 21:20
중국 선전거래소, '블록체인'으로 주가 띄우는 기업 처벌한다

SCMP "비트코인 하나 채굴에 556일, 전기료만 수백만원…투자가치 없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중국 선전(深천<土+川>)거래소가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이용해 주가를 띄우는 기업을 처벌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선전거래소는 이날 공식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에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을 경영에 도입한다고 발표한 기업들을 조사할 것이며, 이 기술이 실제로 이 기업들의 매출 증대에 기여했는지 밝혀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지털 공공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blockchain)은 데이터를 일종의 묶음(block) 형식으로 분산·저장해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도록 한다. 구축 비용이 적게 들고 보안성이 뛰어나 금융, 물류, 무역 등 다양한 산업에 접목할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 붐이 불면서 단순히 블록체인을 회사 이름에 집어넣거나, 블록체인 기술을 경영에 도입한다고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등 투자 과열이 일어나고 있다.

선전거래소는 "우리는 블록체인 개념을 이용해 주가를 띄우거나 투자자를 오도하려고 하는 기업을 처벌할 것이며, 이들 기업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가상화폐 투기 열풍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젊은이들이 '비트코인 채굴' 등에 빠져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베이징, 선전, 홍콩 등 중국 내 대도시에서는 '비트코인 채굴 기계'로 불리는 컴퓨터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가고 있다.

베이징의 반도체 제조업체가 개발한 비트코인 채굴 기계인 '앤트마이너 S9'은 최근 그 가격이 1만3천 홍콩달러에서 3만5천 홍콩달러(약 480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이마저도 웃돈을 주지 않으면 구할 수 없다.

블록체인 내 거래를 기록하고 인증하는 '블록'이라는 단위가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비트코인이 새로 생겨나는데, 이 블록을 만든 구성원이 비트코인을 갖게 되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

SCMP 분석 결과 1개의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서는 24시간 쉬지 않고 앤트마이너 S9을 556일 가동해야 한다.

그런데 한 대의 앤트마이너 S9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매일 33㎾/h, 한 달에 1천㎣/h의 전력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료는 한 달에 1천600홍콩달러(약 22만원), 556일이면 무려 400만원을 넘게 된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채굴 기계 구매가격(480만원)과 전기료(400만원)을 더하면 거의 1천만원에 육박하게 돼, 이처럼 비싼 투자 비용을 들여서 비트코인 채굴에 나서야 하는지 의구심을 품게 한다고 SCMP는 지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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