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헌정특위 위원장 "대통령 개헌발의 쓸 수 없는 카드"
'단계적 개헌론'에 대해선 "국민 시선 곱겠느냐"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김재경 위원장은 18일 정부가 개헌안을 발의하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쓸 수 없는 카드"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 위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금의 국회 분위기에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국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고, 또 이는 효율적인 국정 운영 방향도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개헌안 도출 과정의 '합의 정신'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먼저 여야 합의가 필요한 현실적인 이유로 "현재 제1·2당이 100석 이상의 의석을 갖고 있어 합의가 되지 않으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지난 15일 헌정특위 첫 전체회의 인사말에서 '효율적인 특위 운영을 통한 구체적인 성과 도출'을 강조한 것을 거론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합의를 안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결국 합의는 개헌안 도출에 있어 '필요조건'"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현실적 이유 외에도 김 위원장은 "헌법은 (개정을 위한) 의결정족수와 절차가 가장 엄격하다"면서 "그래서 '정치적인 타협이 될 때 개헌을 하라'는 헌법 정신이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여권이 개헌안 합의 도출의 마지노선으로 제안한 2월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하는데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앞서 지난 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민주당의 당론을 1월 내로 정하고, 2월 내로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할 생각"이라고 자당의 시간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마지노선 제안이) 상당히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여야로서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진지하고 속도감 있게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단계적 개헌'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단계적 개헌이란 여야 합의가 불발돼 정부가 개헌안을 마련할 경우 국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사안을 위주로 1차 개헌을 하고, 추후에 권력구조 개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2차 개헌을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국민이 지금의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현행 대통령제에 대한 폐단을 고치라는 것"이라면서 "권력구조 개편이라는 핵심을 빼고 개헌을 할 경우 국민의 시선이 곱겠느냐. 이렇게 되면 '개헌은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헌법개정이라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중대사 중 하나"라면서 "일부 합의가 되는 것만 개헌한다는 것은 헌법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이기는 하지만 특위 운영에서는 이념적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김 위원장은 "한국당 소속이라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저는 누구보다 개헌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협이 안 되면 개헌은 불가능하고, 이 타협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중재하는 역할이 위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념적 노선은 배제하거나 뒤로 미루고, 실용적으로 진지하게 논의가 될 수 있도록 특위를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헌정특위의 또 다른 한 축인 정치개혁과 관련해선 선거구제 개편을 우선 논의과제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효율적인 국가 운영을 위해서는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한데 그 문제는 선거구제 개편과 맞물려있다"면서 "정권 초기인 만큼 문재인 정부가 이와 같은 큰 시야로 이 문제에 접근했으면 좋겠고, 우리 특위도 그런 인식 아래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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