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주저앉은' 칠산대교 잊었나…영광서 다리 공사 중 또 사고

입력 2018-01-17 16:27
'폭삭 주저앉은' 칠산대교 잊었나…영광서 다리 공사 중 또 사고

폭설에 철근 조립 중단하고 열흘 만에 재개했다가 무너짐 사고

철근 연결·무너짐 방지 부실, 겨울철 무리한 공사 강행 등 문제 제기돼



(영광=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부실시공으로 주저앉은 칠산대교 사고 이후 전남 영광에서 또다시 다리 공사 중 안전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이번에도 부실 공사 가능성이 제기돼 관리·감독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9시 29분께 전남 영광군 군남면 도장리와 불갑면 순용리를 잇는 '도장교' 개축 현장에서 작업자 2명이 무너진 철근 더미에 깔려 숨졌다.

이들은 군남면 쪽 교대(다리 양쪽 끝을 받치는 기둥)의 기초구조물을 지으려 철근을 결속하는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

도장교는 교각 2개, 교대 2개로 이뤄졌으며, 교각 2개와 교대 1개는 작업이 마무리됐고 군남면 쪽 교대만 짓지 않은 상태였다.

이 공사는 영광에 최고 30㎝ 폭설이 내리면서 지난 8일부터 중단됐다. 영하의 날씨에 비까지 내리면서 작업이 계속 중단되다가 열흘 만인 이날 오전 작업이 재개됐다.

바닥에 길이 5m가량의 철근을 깔고 수직으로 철근을 세워 조립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수십개의 철근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영광군이 조사하는 가운데 철근 연결이나 넘어짐 방지 조치가 부실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근을 수직으로 조립할 때 작은 횡력이나 진동으로 철근이 쉽게 넘어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려 임시 버팀대를 설치하거나 하중을 분산하는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겨울철 무리하게 공사를 강행하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겨울철에는 낮은 기온 등으로 콘크리트 타설이 제대로 되지 않고, 지반이 부실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무리하게 공사를 하지 않는다.

사고 현장은 최근 눈과 비가 내렸고 기온도 크게 낮았기 때문에 양호한 상태는 아니었다.

발주처인 영광군은 현장 관계자와 논의해 철근 조립 작업을 일단 마무리하고 공사를 일시 중단한 뒤 여건이 좋아지는 대로 조립된 철근에 콘크리트를 부어 거푸집을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특히 이곳이 1㎞ 떨어진 불갑저수지에서 군남, 군서, 염산면으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불갑천이 흐르는 곳이어서 봄철 영농기를 앞두고 공기를 맞추려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6월 착공한 도장교는 현재 공정률 30%가량으로 6월 준공 예정이다.



칠산대교 사고 이후 또다시 사고가 나면서 경각심 부족과 관리·감독 부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7월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 사이 바다를 잇는 칠산대교가 임시 고정장치 연결 불량으로 상판이 주저앉으면서 상판 위에서 작업하던 인부 6명이 다치고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됐었다.

영광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는 콘크리트를 타설할 경우 공사 중지를 내리는데 이번에는 철근 조립 작업이어서 그대로 공사를 하기로 했다"면서 "철근이 갑자기 무너진 경위에 대해 현장 관계자를 상대로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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