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초, 2월말 폐교 못할 듯…교육청에 "수업권 침해없게 노력"(종합)
서울교육청에 공문…인가요건 2월 28일까지 갖추기 힘들어
교육청 "은혜초 수업료 수입으로 운영 가능"…"무단폐교 방지 법개정 추진"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폐교를 추진 중인 서울 은평구 사립 은혜초등학교가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교육당국에 밝힘에 따라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은혜초가 폐교 진행 절차와 관련해 교육청이 요구하는 여건을 갖출 때까지 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학교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문을 오늘 보내왔다"고 밝혔다.
은혜초는 공문에서 '서울시교육청이 요구하는 여건이 갖춰질 때까지 학교에 남아있을 교직원과 학생들의 교수·학습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교육청은 전했다.
이에 따라 오는 2월28일을 목표로 폐교를 추진해온 은혜초의 폐교 일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월 말까지 폐교 시 재산 처분 계획 등 필요한 여건을 모두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학교법인이 막무가내로 폐교할 의사는 없어 보이며 정상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혜초는 교육청의 인가 신청 반려에 따라 재학생 잔류 희망시 존치 계획, 분산 배치 시 친권자 또는 후견인 동의서, 교직원 고용지원 대책, 폐교 시 재산처분 계획 등을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은혜초는 재정 상황 악화를 이유로 폐교 인가 신청을 냈지만 현재로서는 수업료 수입만으로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서울시교육청 판단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2017년 결산서를 보면 수업료 수입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은혜초가 순전히 재정 상황을 이유로 폐교 신청을 낸 만큼 정상화를 위해 법인 쪽과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은혜초는 2018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끝낸 뒤 폐교 신청을 낸 것을 두고 "신입생이 크게 줄어든 것에 놀라 급히 신청을 냈으며, 폐교 절차를 잘 몰랐다"고 교육청에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2월 기준 은혜초 전교생은 235명으로 정원(360명)의 65.3%에 그친다. 올해 신입생 지원자도 정원(60명)의 절반인 30명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은혜초가 오는 3월2일 개학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2월 초까지는 학교법인과 협의가 끝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혜초가 실제 폐교하는 경우 은평구의 다른 사립초 4곳과 공립초 등으로 분산 수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교육청은 밝혔다.
또 법인 쪽이 교육감 인가 없이 무단으로 폐교를 강행하면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30년 초등학생 수가 지금보다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39개 사립초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체가 아니다"라면서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을 닫고 재산은 법인 측에 귀속시키는 방식의 폐교를 막는 쪽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은혜초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서울 사립초 중에서 최초로 폐교를 신청하는 사태가 발생해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입장을 밝혔다.
조 교육감은 "학교가 사유재산이라는 인식으로 일방적으로 폐교를 추진하는 것은 사학의 공공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접근"이라며 "학교법인이 구성원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논의하도록 행정지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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