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EU 이동의 자유' 국민투표 부치나

입력 2018-01-17 15:38
스위스 'EU 이동의 자유' 국민투표 부치나

"개헌안 발의에 수년 걸릴 듯"…"EU 관계정립 분수령"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스위스 극우정당이 유럽연합(EU) 역내 국민의 이른바 '자유왕래'를 보장하는 협정 파기를 놓고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 극우 보수 정당 '스위스국민당'(SVP)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가 자체적으로 이민정책을 결정하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실시와 관련, 공식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이로 인해 EU와 스위스와의 관계를 둘러싸고 오랜 기간 진행돼 온 논쟁이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스위스 생 갈렌 대학 정치과학자 패트릭 에머네거는 "우리는 이제 마지막 결전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SVP가 개헌에 성공하려면 앞으로 18개월동안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개헌안은 정부와 의회 심의를 거쳐야 국민투표에 부쳐진다.

이에 반대하는 제안도 있을 수 있다.

지리적으로 EU 국가들에 둘러싸여 있는 스위스는 EU 가입에 반대했다.

하지만 스위스 국민 800만 명 가운데 25%는 외국인이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주변국 출신 외국인 30만 명이 매일 일을 하려고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들어온다.

스위스는 무역 등에서 주변국들과 120개 이상의 쌍무협정을 맺고 있다.

외국인들이 스위스를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는 협정은 1999년 체결된 협정에 포함돼 있다.

자유왕래는 EU를 단일 시장으로 묶는 가장 핵심적인 원칙이다.

SVP는 자유왕래 협정에 격렬히 반대해 왔다.

SVP는 억만장자 기업인 출신 크리스토프 블로허가 이끌고 있는 정당이다.

그러나 스위스 특유의 분권형 및 국민합의 기반 정치 체제 탓에 이 정당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스위스의 다른 정당들은 SVP의 자유왕래 협정 파기 개헌안에 반대하고 있다.

좌파 사회민주당(SP) 소속 한 의원은 "SVP의 개헌안 수용은 스위스 판 '브렉시트'(Brexit)"라고 말했다.

이에 불구하고 SVP의 라이벌 정당과 평론가들은 SVP 개헌안이 EU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유왕래 협정을 파기하는 마지막 국민투표가 된다는 것이다.

에머네거는 스위스 유권자 대부분이 자유왕래 보장 협정을 지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와 EU 관계는 이미 재검토 대상이다.

EU는 금융서비스 분야 등에서 재협상을 진행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이미 스위스와 EU의 관계는 2014년 스위스가 할당량 설정 등 이민을 제한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해 시행에 옮겼을 때 망가졌다.

이게 자유왕래 협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위스는 2016년 보완책을 내놓고 EU와의 맞대결을 피해갔다.

당시 스위스는 실업률이 높은 지역이나 업종에서 일자리가 생겼을 경우 직원 모집 회사가 스위스 이외의 나라에서 모집공고를 내지 않도록 하는 대신 스위스인들에게만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했다.

SVP의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스위스 정부는 12개월 동안 EU와 자유왕래 협약 폐지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폐기된다.

kyung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