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중국해 침몰 유조선 유출 기름, 韓日 해안에도 확산 가능성"
유조선에 주유소 1천400곳 채울 양 실려…사고지점 13㎞까지 기름퍼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동부 해상에서 화물선과 충돌 후 침몰한 유조선 '상치(SANCHI)'호에서 유출된 기름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이란 최대 업체인 이란국영유조선이 운영하는 상치 호는 지난 6일 오후 13만6천t의 콘덴세이트 유를 싣고 이란에서 한국으로 향하다, 홍콩 선적 화물선인 '창펑수이징(CF CRYSTAL)'호와 충돌해 불길에 휩싸였다.
이후 화재가 계속되다 사고 발생 후 여드레만인 14일 오후 폭발과 함께 완전히 침몰했다. 침몰 당시 선박이 크게 파손된 상태여서 기름 유출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일본 해안경비대의 모니터링 결과 전날 상치호에서 유출된 기름은 이미 사고 발생 지점에서 길이 13㎞, 너비 11㎞에 이르는 해역까지 퍼져나갔다.
침몰 유조선에서 유출된 콘덴세이트유는 물과 잘 혼합되는 데다 무색 무미여서 통제나 제거가 모두 어렵다고 한다. 이 선박에 실린 콘덴세이트유는 1천400개의 주유소를 채울 수 있는 분량이다.
여러 중국 학자들은 이번 사고가 인근 해양 생태계에 수십 년 동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해양대학의 리정옌 교수는 "콘덴세이트유는 이전에 사고로 유출된 적이 없어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줄 몰라 더욱 불안하다"며 "독성에 민감한 일부 어종을 절멸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사고 해역 인근에는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어장 중 하나인 저우산(舟山) 어장이 있다. 이 일대 공해에는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의 어선마저 몰려와 조업할 정도로 어족 자원이 풍부하다.
현재 이 일대 해역에는 북서풍이 주로 불고 있지만, 수시로 풍향이 바뀌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이나 일본 오키나와 등 주변국 해안으로 기름 유출이 확산할 수 있다고 중국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중국 상하이 해사국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일본은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며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주변국 모두가 기름 유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고 유조선이 침몰하는 바람에 유출된 기름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침몰한 유조선에 실린 콘덴세이트 유는 13만6천t으로, 이는 1991년 아프리카 앙골라 만에서 26만t의 중질유가 유출된 이후 최대 규모의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폴 존슨은 "가장 시급한 일은 얼마나 많은 콘덴세이트유가 유출됐는지 파악하는 일로서, 이는 환경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향후 대책을 수립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기름 유출 사고의 심각성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2010년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 시설인 '디프 워터 호라이즌'의 폭발로 56만t의 원유가 유출돼 인근 해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것과 달리, 이번 사고는 육지에서 먼바다에서 일어나 피해가 더 작을 것이라는 얘기다.
홍콩대학의 데이비드 백스터 교수는 "육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는 유출된 기름이 해양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므로, 해안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 사고보다 피해 규모가 훨씬 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