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구은수 前청장 재판서 '인사·수사청탁' 정황 문자 공개
브로커-IDS 사장 '청장에 부탁'·'거부할 수 없는 빽' 등 문자 주고받아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특정 경찰관의 부서 배치와 관련해 청탁을 받은 정황을 보여주는 문자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은수 전 청장 재판 서류증거 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관련자들의 문자를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IDS홀딩스 대표 김모씨는 자신과 유착관계가 있는 윤모 경위의 인사 문제를 브로커 유모씨와 논의했다.
브로커 유씨는 윤 경위의 영등포경찰서 전입과 관련해 김씨에게 '한 시간 전 청장에게 부탁했으니 조치를 기다려 보자'고 문자를 보냈다.
윤 경위 역시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김씨에게 '서장이 계속 거부하다가 거부할 수 없는 '빽'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검찰은 이 문자들이 유씨가 구 전 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또 윤 경위가 IDS홀딩스 사건 수사를 맡도록 부탁한 정황을 시사하는 문자도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사건 배당과 관련해 김씨는 브로커 유씨에게 '반드시 윤 경위에게 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고 '알았다'는 답을 받았다.
이런 문자가 오간 지 두 시간 만에 김씨는 윤 경위로부터 '사건을 배당한다고 연락이 왔다'는 문자도 받았다.
검찰은 윤 경위가 사건을 배당받은 과정에도 구 전 청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이런 청탁의 배경으로 브로커 유씨가 구 전 총장에게 금품을 건네는 등 친분을 형성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씨로부터 압수한 물품 중 '2016년 추석선물'이라고 적힌 명단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명단에 '구은수 봉투 100만원'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두 사람의 유착관계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 전 청장은 검찰 조사에서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구 전 청장은 검찰에서 윤 경위에게 사건을 배당하라는 지시를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누구에게 (사건을) 배당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구 전 청장은 2014년 IDS홀딩스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던 브로커 유씨로부터 윤 경위 등 경찰관 2명을 경위로 특별 승진시켜 IDS 사건을 맡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 전 청장은 IDS홀딩스 측이 고소한 사건을 윤씨에게 배당하도록 부하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ae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