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MBC 장악 기획·실행 공모' 원세훈·김재철 기소(종합)

입력 2018-01-17 16:30
검찰, 'MBC 장악 기획·실행 공모' 원세훈·김재철 기소(종합)

'블랙리스트' 연예인 퇴출·비판성향 기자·PD '배제' 등 혐의

원세훈 'MB청와대 뇌물'·200만달러 유용 등 전방위 수사 계속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방현덕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기획한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서 실행자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재철 전 MBC 사장이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미 여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도 김 전 사장과 이 사건을 공모한 혐의로 함께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이날 김 전 사장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10∼2013년 MBC 사장이던 김씨는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아 김미화·김여진씨 등 국정원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을 자사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고, 퇴출 대상으로 분류한 기자·PD 등 MBC 직원들을 부당하게 업무에서 배제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 MBC에서는 PD수첩 등 간판 시사 프로그램이 폐지됐고, 최근 MBC 사장으로 돌아온 최승호 PD와 이용마 기자 등의 해고도 잇따랐다.

2012년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은 업무와 무관한 스케이트장, 관악산 송신소 등지로 전보됐다. 또 파업 참여 직원들 다수는 '신천교육대'로 회자된 서울 신천역 근처 MBC아카데미로 보내져 '브런치 만드는 법' 등을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MBC 담당 국정원 정보관이 전영배 전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MBC 정상화 문건' 내용을 김 전 사장에게 전달했고, 실제로 김 전 사장이 이 문건 방침을 그대로 실행해 이들 사이의 '순차 공모' 관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 문건은 MBC를 '좌편향 방송'으로 규정하면서 '좌성향' 간부진 교체, 정부 비판 프로그램 폐지, 정부 비판성향 직원의 '격리' 등의 방법으로 MBC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은 2008년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계기로 지지도 급락 사태를 겪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공영방송 역할의 중요성을 느껴 2010년 'MBC 정상화 방안'을 수립했고, 김 전 사장은 이를 이행하는 역할을 했다고 의심한다.

김 전 사정은 그러나 "제 목숨을 걸고, 단연코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면서 자신의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해와 향후 재판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작년 11월 김 전 사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고, 김 전 사장이 국정원의 방송장악에 가담했는지를 다투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김재철 전 사장과 공모해 MBC를 비롯한 공영방송 장악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혐의(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로 원 전 원장을 추가 기소했다.

'MBC 장악' 외에도 검찰은 원 전 원장이 이끌던 국정원이 정부 비판성향으로 분류한 방송인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하면서 대상자들의 일감을 끊고, 각종 회유·압박 행위를 자행한 다수의 사례를 확인했지만 7년의 공소 시효가 완성돼 이와 관련해서는 원 전 원장 등을 기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2013년 기소된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주축이 된 '댓글 사건'으로 작년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수감 상태에서 3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어 검찰은 작년 12월 40여개의 여론 조작용 '사이버 외곽팀' 운영에 국정원 예산 65억원을 들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로 그를 추가 기소한 데 이어 이날 또 추가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외에도 보수단체 불법 지원, 여·야 정치인 비방 공작 등 원 전 원장의 무차별적인 정치 공작 혐의를 계속 수사하면서 혐의가 확정되는 대로 순차적으로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원 전 원장이 재임 시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에게 수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퇴임 직전 국정원 해외공작금 200만 달러를 유용해 자신이 유학 가려던 미국 스탠퍼드대에 보내도록 한 혐의, 사적으로 사용한 도곡동 안가 조성에 10억원의 국정원 예산을 낭비한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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