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투자자 올 들어 2조원 넘게 '바이 코리아'
전문가 "신흥국 증시 매력 유효…작년보다 더 많이 살 수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지난해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한 외국인 투자자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작년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조4천875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천138억원 등 총 2조2천1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는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2조8천14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은 4천959억원을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0거래일 중 이틀을 제외하고는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 시장에서 주로 사들인 주식은 철강·화학·기계 등 경기민감주(시클리컬), 운송장비 같은 수출 관련주, 금융주 등이다.
종목별로 보면 POSCO[005490](3천54억원)를 가장 많이 샀고 현대차(1천753억원), 신한지주[055550](1천503억원), OCI[010060](1천469억원), 현대로보틱스(1천227억원), LG화학[051910](1천48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제약·바이오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대장주' 셀트리온[068270](6천342억원), 바이로메드[084990](353억원), 휴젤[145020](334억원), 신라젠[215600](260억원) 등 누적 순매수 상위 5종목 중 4개가 제약·바이오주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매력이 유효한 가운데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혜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마켓전략실 팀장은 "올해 제조업 중심의 글로벌 경기 회복이 기대되면서 신흥국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다"며 "여기에 달러 약세와 원자재가 상승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철강, 화학, 운송장비 등에 외국인 매수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스닥에서는 정책 기대감과 내수주 호조 기대, 제약·바이오 부문의 호재 등이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예상을 뛰어넘은 원화 강세 흐름도 외국인 매수세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이 보통 달러당 1천100원 아래로 떨어지면 순매수 규모를 줄이곤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순매수 규모를 더 늘리고 있는데, 이는 원화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외국인들이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작년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강세장 국면에서 한국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적어도 100억달러(약 10조6천억원)를 넘었는데 지난해는 지정학적 위기의 영향으로 82억7천만달러에 그쳤다"며 "올해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가 작년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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