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4천㎡ 맡기니 매달 280만원 또박…"농지연금이 효자"
고령화시대 노후대책으로 각광…작년까지 8천631명 가입
평균 농지가격 1억6천700만원, 한 달 91만6천원씩 수령
(전국종합=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청주에서 농사를 짓는 진모(85)씨는 2년 전 4천108㎡의 논을 담보로 농지연금에 가입했다. 조상한테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겠다는 생각을 바꾼 것이다.
그는 연금 수령 기간을 15년으로 정해 놓고 월 284만원을 받는다. 아내와 둘이서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영위하고도 남을 만한 액수다.
그는 "농지만 붙들고 앉아 자식에게 신세 지느니, 연금을 받는 게 속 편하다고 판단했다"며 "자식들도 이 결정에 기꺼이 동의해줬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의 이모(76)씨도 지난해 3천729㎡의 논을 맡기고 농지연금을 받기 시작했다. 죽을 때까지 연금을 나눠 받는 상품에 가입해 한 달 102만원씩 수령한다.
그는 연금에 가입한 뒤에도 담보로 제공된 땅에서 종전처럼 농사를 짓는다. 필요할 경우는 임대도 할 수 있다. 그는 "논이 크지 않은데도, 주변 개발 등으로 땅값이 크게 오른 상태여서 연금 수령액이 제법 많다"며 "연금을 받으면서 영농소득도 올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농촌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농지를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농지연금 가입이 늘고 있다.
농지연금은 만 65세 이상이면서 영농 경력 5년 넘는 농민을 대상으로 운용하는 일종의 역모기지론이다.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한테 권리가 승계된다. 다만, 중간에 해지할 경우는 그동안 받았던 연금 총액과 이자를 합쳐 상환해야 한다.
17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2011년 농지연금 제도가 도입된 뒤 작년까지 전국에서 8천631명이 가입했다. 가입자 평균 연령은 73세다.
첫해 911명이던 가입자는 2012년 1천291명, 2013년 725명, 2014년 1천36명, 2015년 1천243명, 2016년 1천57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작년에는 1천848명이 가입해 17.2%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들은 최소 1천만원부터 많게는 10억원대 농지를 담보로 내놓고 한 달 10만∼300만원의 연금을 탄다. 1인당 평균 담보가액은 1억6천700만원, 평균 연금 수령액은 91만6천원이다.
연금 수령방식은 평생동안 나눠 받는 '종신형'과 일정 기간(5·10·15년)만 받는 '기간형'이 있는 데, 가입자의 60.8%(5천248명)는 기간형을 택했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기대수명이 늘어났으나 노후 준비는 부족한 상황에서 농지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4년째 해마다 가입자가 10% 이상 급증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농지 소유자가 48만8천명인 점을 감안 할 때 아직까지 농지연금 가입률은 1.77%에 불과하다.
농촌 노인들이 빈곤하게 지내면서도 땅을 자식에게 상속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중도해지 때 발생하는 상환금 부담도 가입을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지연금 가입 확대를 위해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연리 4%이던 상환금 이자를 2%로 낮추고, 가입 연령 기준도 완화(부부 모두 만65세→가입자만 만65세)했다.
또 작년 11월부터는 연금 총액의 30% 범위에서 목돈을 인출해 사용할 수 있는 '일시 인출형'과 연금 수령기간 종료 후 해당 농지를 농어촌공사에 매도하는 조건으로 최대 27% 연금을 늘려받는 '경영 이양형' 상품 등을 새로 출시했다.
bgi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