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공항공사 '냉기류'…항공사업 잇따라 불시착 위기
지방세 감면 폐지 '뿔났나'…인천시, 산학융합지구 사업 등 공항공사에 'SOS'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인천시의 주요 항공사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난기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송도에 들어설 '항공산업 산학융합지구'는 사업비 확보에 차질을 빚어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인천시는 사업비 584억원 중 200억원을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기부받을 계획이었지만 기부금의 절반인 100억원을 받지 못하자, 작년 10월로 예정했던 착공 일정을 계속 늦추고 있다.
시는 공항공사에 애초 협의에 따라 기부금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공사는 인천시와 상생협력 진척에 따라 기부금 추가 지급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착공이 지연되면서 2019년 1월 완공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
시는 일단 확보한 기부금 100억원으로 내달 중 공사를 시작하고, 공항공사가 기부금을 추가 지급하지 않으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시 예산으로 100억원을 충당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 안팎에서는 작년 6월 인천시가 공항공사에 대한 지방세 감면 혜택을 중단한 것이 공사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는 개항 초기 인천공항의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 이후 총 1천614억원의 지방세를 깎아줬지만, 최근 들어 공항공사의 재정여건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자 작년에 지방세 감면 혜택을 끊었다.
항공 산학융합지구 사업 외에 항공정비(MRO) 특화단지 조성 사업도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인천공항 4활주로 좌측 114만㎡ 땅을 MRO 단지로 지정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경남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컨소시엄을 정부 지원 MRO 사업자로 최종 선정했다.
군수항공 중심의 사천·KAI의 정비단지와 역할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인천공항에 민간항공 수요 중심의 정비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인천공항 MRO 예정부지는 공항공사 소유 땅이어서 공사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지방세 감면 폐지로 촉발된 공항공사와 인천시 사이의 냉랭한 기류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시는 오는 23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인천 MRO의 필요성과 개발 방향을 논의하며 공항공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밖에 인천시의 인천공항 지분 3% 확보 추진사업도 좀처럼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도시경쟁력 강화와 인천공항의 사회공헌 확대, 공항 주변 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는 공항 지분의 3%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항공사 납입자본금 3조6천억원의 3%인 1천85억원을 영종하늘도시 60만7천㎡ 땅으로 현물 출자해 공항 지분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토부와 공항공사는 정부 지분이 100%인 공항의 지분 일부를 인천시에 넘기는 것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항 운영에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천시는 항공을 8대 핵심전략사업으로 설정만 해놓았을 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는 2016년 11월 인천공항공사와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도 이후 단 1차례의 협의회도 열지 못했다. 두 기관은 협약 당시에는 시장과 공사 사장이 참여하는 협의회를 연간 두 차례 열기로 약속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16일 "작년에 여러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공항공사에 협의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2터미널 개장 준비 등 당면한 현안이 많다고 해 회의는 열지 못했다"며 "이번 주 2터미널이 개장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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